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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책에 회사채 금리 연일 최저치

중앙일보

입력

10조원 채권투자펀드를 비롯한 정부의 시장안정대책에 힘입어 회사채 금리가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최근 자금시장 지표가 급속히 호전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현재 회사채 금리(3년물)는 9.37%로 6월 초(9.83%)에 비해 0.5%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올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채권투자펀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7월 이후엔 회사채 금리가 8%대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이같이 급락한 것은 정부의 독려로 은행들이 채권투자펀드 조성에 앞서 6월 마지막 주에 일제히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매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성민 한국은행 채권팀장은 "최근 금리 하락은 우량기업 회사채에 수요가 몰린 탓" 이라면서 "채권투자펀드의 50%(5조원)는 신용도 BBB급 이하 회사채에 투자하도록 돼 있는데, 올해 중 만기가 돌아오는 BBB급 이하 회사채 물량도 5조원 규모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연말까지 회사채 차환발행이 안돼 시장이 불안해지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채권시장의 안정을 자금시장 전반이 원활히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우선 기업들이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어음(CP)시장에선 여전히 최우량기업인 A2등급 기업으로만 자금이 집중될 뿐 A3등급 이하 기업들은 CP 발행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

H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A3등급이던 새한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얼어붙은 CP시장이 아직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면서 "아무리 정부가 단기신탁 등에 들어온 돈으로 투기등급 CP를 사주라고 해도 은행이나 투신사 입장에선 위험한 자산을 마구 편입할 순 없다" 고 말했다.

정부 주도로 이끌어낸 인위적인 시장의 안정상태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의구심도 남아 있다.

K은행 임원은 "내년부터 예금보호제도가 축소되기 때문에 하반기 중 고객예금이 더욱 단기화되고 우량은행 집중 현상도 심화할 것" 이라면서 "단기 예금을 받아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미스매치(기간 불일치)는 은행의 신용도를 다시 떨어뜨릴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번 시장안정대책으로 지원된 자금이 부실기업의 수명만 연장시키다가 결국 무더기로 부실화해 금융기관의 부실을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시키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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