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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첨단장비·맞춤서비스 3박자로 암 치료 한계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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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목 암센터장

최근 직장암 판정을 받아 내시경으로 암 부위를 절제한 정길원(가명·75·서울 송파구) 씨. 처음 병원에 왔을 때부터 진료·입원·검사·수술까지 9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진단이 내려지고 하루가 지난 다음 바로 입원 절차가 시작됐다. 초음파검사나 대장내시경 같은 각종 검사도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또 수술이 끝난 후 하루가 지나자마자 앞으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동시에 받을 것이라는 의료진의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암환자의 생존율은 세계적이다. 1994~2009년까지 16년간 암센터에 환자로 등록된 12만 6415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암환자 5년 상대생존율은 60.2%. 세계적인 암센터가 많은 미국(66%)보다는 낮지만 유럽(51.9%), 일본(54.3%)보다는 높다. 하지만 위암·갑상선암·대장암·폐암·간암·유방암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역전된다. 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65.3%로 미국(26%), 유럽(24.1%)보다 월등히 높다.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 전호경 센터장의 수술 장면. 대장암환자 5년 상대생존율이 70.5%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나머지 5개 암의 상대생존율도 선진국보다 5~15%p 앞선다. 과연 삼성서울병원의 세계적인 암 치료 성적을 이끌어 내는 힘은 무엇일까? 2008년에 암센터가 생긴 이후 완전히 자리를 잡은 원스톱 서비스가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환자는 내과에서 진료를 받아도 다음 진료 때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곧장 외과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입원이 필요하면 곧장 입원수속이 시작되고 수술스케줄도 잡힌다. 유방암센터에는 바로 옆에 유방촬영, 초음파 조직검사가 가능한 검사실이 붙어 있다. 외래 진료와 동시에 검사를 즉시 받을 수 있다. 또 위암센터와 대장암센터의 옆에는 내시경실이 있다. 이는 환자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최단 기간 내에 치료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심영목 센터장은 “외래에서 검사로 인해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면 대기로 인해 암 치료 시점을 놓치지 않는다”며 “원스톱 서비스 덕분에 과거 1~3개월 대기하던 암환자의 수술대기시간이 짧게는 1주일, 평균적으로 1개월 이내로 줄었다”고 말했다.

‘협력 진료(협진)’에 익숙해진 병원 의료진의 경험도 암 치료를 신속· 정확하게 하고 있다. 협진은 위암·대장암·폐암·간암 같은 주요 암을 중심으로 거의 매일 진행된다. 각 센터에는 협진실이 마련돼 있어 언제든지 환자의 치료방향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병리과에서는 환자의 암 부위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와 재발 가능성에 대한 소견을,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는 환자의 체력이나 나이 등을 고려해 암이 재발했을 때 수술 가능 여부에 대해 설명한다. 여기에 암전이 정도에 따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교수들이 의견을 더한다.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이 합쳐져 환자의 수술 후 치료 방침이 이른 시간 안에 정해지는 것이다. 물론 회의도 수술이 끝난 다음날 바로 열린다. 환자는 협진 시스템 덕분에 한번의 외래진료, 또 수술까지 10일 정도만 시간을 소요한다. 예전 3~4차례 내·외과를 옮겨가며 진료를 받고 수술까지 한 달 이상 기다렸던 것과 비교해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국내 처음으로 설립된 암교육센터는 암환자와 가족의 교육까지 포괄적으로 다뤄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연평균 740회의 교육에는 1만 5000여 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참여한다. 외모관리 같이 환자가 평소 생활할 때 정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강의와 피로관리·부종관리·통증관리·가족간의 대화법 같은 정보전달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암환자 영양상담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이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체중변화를 조사한 결과, 몸무게는 평균 4.5㎏ 감소, 단백질은 62%밖에 섭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 환자도 위암 환자와 비슷했다. 때문에 환자별 상황에 맞게 구성된 ‘맞춤형 영양식’은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첨단 양성자치료, 정교하게 암만 공격

삼성서울병원은 지상 6층, 지하 4층 연면적 1만 4445㎡ 규모의 양성자치료센터(사진)를 2014년 2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꿈의 치료기’로 불리는 양성자치료기를 이용하면 기존 치료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종양을 타격할 수 있다.

양성자치료기는 암 조직에서만 많은 에너지 흡수가 일어나도록 만들어 암을 제거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 주변을 360도 회전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암 조직을 정밀 조준해 양성자선을 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를 위해 기존 양성자치료기 중 가장 정교한 것으로 평가되는 세기조절 양성자치료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가격도 최고가로 100억원 대다.

방사선이 대부분 그 자리에서 소멸되므로 방사선치료에 의한 부작용도 확 낮아진다. 기존 방사선 치료를 하던 암 종류에는 모두 적용 가능하다. 특히 안구에 생긴 암이나 뇌·척수에 생긴 종양 치료에선 기존보다 치료 성적이 월등히 높다. 양성자치료기는 미국 하바드대 부속병원, 일본 국립암센터 등 세계 32개 기관만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치료장비다. 

권병준 기자

◆상대생존율=암 환자가 교통사고 등 다른 원인 때문에 사망한 것을 보정한 생존율. 암 생존율 조사법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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