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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새벽 5시 노량진수산시장 ‘별 10개’가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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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셰프들이 지난 일주일 동안 한국을 경험했다. ‘제3회 서울 고메’ 행사를 맞아 한국을 찾은 이들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굴 까는 할머니를 신기해했고 회 뜨는 아저씨 옆에서 한참을 바라봤다. 요즘 한식세계화에 대한 말이 많다. 일주일 동안 이 세계적인 셰프들 곁에 착 붙어 다니며, 한식세계화를 물었다. 사진은 프랑스의 파스칼 바흐보, 벨기에의 상훈 드장브르, 스페인의 호안 로카(왼쪽부터).

지난달 31일 전주 한옥마을. 한옥체험관 ‘동락원’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유럽에서 온 스타 셰프들 때문이었다. 동락원 마당엔 20여 가지 장아찌와 10여 가지 김치, 색색의 비빔밥 재료가 차려져 있었다. 전통식품명인 39호 김년임(74) 선생이 앞에 놓인 재료를 하나씩 설명하자 외국인 셰프들은 일제히 큰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에서 온 파스칼 바흐보(40)는 장아찌 만드는 순서를 일일이 받아 적고 사진까지 찍었다.

 지난 1주일 동안 ‘서울 고메’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서울 고메’는, 해외 유명 셰프를 초대해 그들의 요리를 국내에 선보이고 동시에 그들에게도 한식의 매력을 소개하는 행사다. 전주 한옥마을에 유럽 셰프들이 찾아간 건 이 때문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온 셰프들은 새벽 5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경매 현장도 지켜봤고, 한국 호텔 주방에서 한국인 셰프들과 함께 자신의 요리를 만들었다. 셰프들은 일정 동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행사에는 유럽의 스타 셰프 6명이 초청됐다. 6명 중 4명이 미슐랭 가이드 별점을 보유한 셰프다. 이 네 명이 보유한 별을 합치면 모두 10개나 된다. 국내 음식업계에서는 ‘미슐랭 별 10개’가 동시에 참석한 최초의 행사라는 점에 큰 관심을 보였다.

 week&은 이번에 한국을 찾은 셰프 중에서 미슐랭 별점을 보유한 네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한식 세계화를 중심으로 한 질문 50개를 건네 일정이 끝나는 4일까지 작성을 부탁했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에도 그들은 모두 성심껏 설문조사에 응하고 돌아갔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한다.

 그들의 의견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 터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들 덕분에 그들의 나라는 문화 선진국 대우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사례가 있다. 이번 ‘서울 고메’ 일정 중에 일반인이 이들의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디너가 있었다. 한 끼에 60만원이 넘었지만 빈자리가 없었다. 나흘간 진행된 디너 행사 가운데 이틀을 참가했다는, 즉 120만원을 내고 저녁 두 끼를 먹었다는 한 한국인 손님을 만났다. 그는 “이 셰프들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려고 비행기 타고 가는 사람을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요즘 한식 세계화 사업은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다. 특히 지난달 13일 접수가 끝난 ‘뉴욕 한식당 개설 운영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에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 대책에 관한 논란마저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세계적인 셰프가 동시에 한국을 찾았다. 그들의 목소리가 더욱 귀한 까닭이다.

 week&은 3주 전부터 공통 설문조사 작업을 준비했고, 행사가 진행되는 1주일 꼬박 동행 취재를 했다. 미슐랭 별점 10개가 제안하는 한식 세계화의 방법을 소개한다.

글=이상은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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