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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값 2만5000원, 대체 어떤 영화관이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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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반 상영관의 4배에 달하는 84개 스피커를 설치한 4DX관. 국내 최초로 3D 입체음향 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죄석에서 고른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첫 상영작은 영웅 테세우스를 주인공으로 한 ‘신들의 전쟁’이다.

극장의 진화 속도가 눈부시다. 널찍한 소파형 좌석에 앉아 음료 서비스를 받는 게 출발이었다(CGV 골드클래스, 롯데시네마 샤롯데). 영화를 보며 양식 코스 요리를 먹는 곳이 뒤를 이었다(CGV압구정 씨네 드 쉐프). 3D 영화에 오감체험을 더한 4D 상영관도 3년밖에 안됐지만 주말이면 빈 자리가 없다. 씨네 드 쉐프는 ‘초고가’(주말 10만원)임에도 올해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주말에 9000원 내고 영화 보는 건 케이블 채널로 따지면 ‘기본형’이다. 같은 영화라도 관객의 취향과 지갑 사정에 따라 지출 규모가 달라진다.

 골드클래스 등장 11년 만에 극장가의 ‘프리미엄 시대’에 박차를 가할 또 하나의 ‘선수’가 나타났다. 이달 초 서울 신사동에 개관한 CGV청담씨네시티다. 구 씨네시티 극장을 리모델링했다. “80년대식 옛날 극장을 뼈대와 외관만 남기고 다 부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티켓 가격에 눈이 휘둥그래진다. 최저 1만1000원, 최고 2만5000원이다. 영화만 보는 데 돈이 이렇게 든다. 얼마나 좋길래 이런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요금 인상 아니냐’는 논란도 예상된다. 9일 CGV청담을 둘러봤다.

2개층, 24석 규모의 프라이빗 시네마. 대관용이다.

 ◆“감각 좋고 물 좋은 극장”=CGV청담은 유럽의 부티크 호텔을 참고했다. 부티크 호텔은 감각적인 컨셉트의 인테리어를 갖춘 소규모 호텔을 말한다. CGV청담도 ‘극장인 동시에 청담동 트렌드세터들이 놀러 오는 곳’으로 목표를 정했다. 이은선 복합화사업팀장은 “카페나 레스토랑은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신경 쓰면서 극장은 왜 안 그런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극장도 패셔너블하게 꾸민다면 영화도 충분히 고가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는 뉴욕 브로드웨이풍에 레트로(복고)풍을 더했다. 인테리어 비용이 기존 상영관보다 평균 30% 더 들었다. 나무와 벽돌, 철골 등을 골고루 섞어 깔끔하게 꾸몄다. 계단이나 화장실까지 예쁘게 꾸미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음향에 따라 좌석이 출렁이는 9층 비트박스관은 빨간색 좌석 사이사이에 호주산 표범무늬 커버를 씌운 좌석을 배치했다. 복층으로 된 비트박스관 2층 스위트박스 프리미엄석 티켓 가격이 2만5000원이다. 널찍한 가죽소파로 된 연인석이다.

 최고의 구경거리는 11·12층 복층으로 된 24석짜리 프라이빗 시네마다. 각종 모임 대관용이다. 카펫 대신 마루를 깔았다. 위층에는 유리로 외벽을 처리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영사실이, 아래층에는 소규모 모임용 라운지가 있다. 고풍스럽게 인테리어를 한 대저택 거실 같은 분위기다.

 ◆‘소리’로 승부한다=티켓 값이 비싼 이유는 또 있다. 사운드다. 소지섭·한효주 주연의 멜로영화 ‘오직 그대만’이 상영되고 있는 CGV청담 7층. 관객들이 헤드폰을 끼고 영화를 보고 있었다. 클럽 분위기가 나도록 입구를 붉게 꾸민 이 상영관의 이름은 ‘비츠 바이 닥터 드레’. 수영선수 박태환 덕에 유명해진 닥터 드레 헤드폰이 2개관 216석 자리마다 비치돼 있다. 개당 가격은 43만원.

 ‘DVD방도 아니고 무슨 헤드폰을 끼나’ 하던 생각은 곧 달라졌다. 시각장애인으로 출연한 한효주의 울음 삼키는 소리, 숨 들이마시는 소리가 바로 코 앞에서 나는 듯하다. 국내 최초로 3D 입체음향 시스템도 도입했다. 최상층인 13층에 있는 4DX다. 스피커만 84개다. 소위 ‘하이엔드 스피커’로 불리는 B&W 스피커다. 일반 극장에 설치된 스피커는 20개 내외다. 국내 최대 스크린(가로 31.38m, 세로 13m)을 갖췄다는 CGV 영등포 스타리움관도 50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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