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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카레이스키 “고국서 무료수술 꿈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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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러시아 연해주의 고려인 3세 강 이노겐지씨(오른쪽)이 광주첨단종합병원에서 김종준 외과 과장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강씨는 탈장 무료로 수술을 받기로 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러시아 빨치산스크에 사는 고려인(카레이스키) 3세인 강 이노겐지(65)씨는 2년 전 탈장(脫腸)이 생겼지만, 수술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현지의 의료기술이 매우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강씨는 7일 광주 첨단종합병원(원장 정성헌)에서 진료 받은 뒤 수술과 1주일 간의 후속 입원 치료를 무료로 받기로 했다. 그는 “고국에 와 큰 혹을 하나 떼고 돌아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손자인 최 발렌찐(73) 독립유공자후손협회장과 이인섭 선생의 딸인 이 스베뜰라나(63) 등 러시아 연해주의 고려인 동포 20명이 광주를 방문, 무료 진료를 받는 등 환대를 받았다. 최 회장을 빼곤 모두 첫 한국 방문이다.

최재형(左), 이인섭(右)

 최재형(1858~1920년) 선생은 1905년 을사조약 이후 조선으로부터 애국지사들이 연해주로 밀려오자 의병운동을 조직화해 두만강을 넘어 일본군을 공격했다. 또 독립단을 만들어 무장 투쟁하다 1920년 일제에 의해 체포돼 총살당했다. 이인섭(1888~1982년) 선생은 평남지역에서 의병활동을 하다 1913년 연해주로 가 항일운동을 했다. 1919년부터는 대한독립군비단원으로 각 지방의 상황과 대한 독립에 대한 외국의 여론, 일본 경찰의 배치 상황을 탐지하는 활동 등을 했다.

 이번 모국 방문단은 고려인문화농업교류협력회의 초청으로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7일에는 무등산과 평동산업단지 내 ‘한아에스에스’를 둘러봤다. 이 회사는 고려인들에게 농기계를 지원했었다. 이어 평동농협의 미생물 생산시설 등을 견학했다. 점심 식사를 박표진 광주시 부교육감과 함께 한 뒤에는 이연안과(원장 임선택)·명인치과(원장 이건무)·대웅한의원(원장 안수기) 등에서 무료로 진료를 받았다.

 이어 광주시청을 찾아 강운태 시장을 면담하고, 광주시 관계자들과 만찬을 했다. 이 스베뜰라나씨는 “꿈에도 그리던 고국 땅을 밟고 동포들로부터 뜨거운 환대를 받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8일 전남 나주에 있는 전남과학교육연수원을 견학한 뒤 목포에서 장만채 전남도교육감과 점심 식사를 하고 유달산을 관광한다. 이어 장흥군으로 이동, 군 문화원의 환영 공연을 관람하고, 이명흠 군수와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9일과 10일엔 천안 독립기념관과 용인 에버랜드, 서울 국회의사당 등을 관광하고 11일 러시아로 되돌아간다.

 오채선 고려인문화농업교류협력회장은 “여러 기관·단체와 기업인, 의사 등이 도와 독립운동가 후손 등에게 고국 방문 소원을 풀어 주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광주시가 1000만원, 이연안과가 200만원, 대웅한의원이 100만원을 지원했다.

이해석 기자

◆고려인문화농업교류협력회=러시아 연해주에 자원봉사자 등을 파견해 고려인들을 돕고 있다. 문화센터를 운영하며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또 영농 농장을 운영하고, 무국적자의 국적 취득을 돕고, 환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치료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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