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티커·가림막·스프레이 … 자동차 번호판에 손대는 건 불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헤드램프를 지나치게 희거나 밝은 전구로 교체할 경우 경찰의 단속을 당할 수 있다. 맞은편 운전자의 시야를 무력화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 경력 20년에 가까운 회사원 김모(39)씨는 최근 헤드램프(전조등) 때문에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전구가 터져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램프로 교체한 것뿐인데, 불빛이 지나치게 희고 밝다는 이유로 단속을 당한 것이다. 정도가 심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은 면했지만 “조속히 복구하라”는 명령과 함께 다시 걸리면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경찰은 “그냥 순정부품을 사서 끼우는 게 좋다”는 얘기도 했다.

 누구나 아무 의심 없이 대형마트의 자동차부품 코너에 간다. 그곳에서 사는 물건은 가격이 저렴하고 질이 좋아 좀처럼 속는 일이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김씨도 그렇게 헤드램프를 구입했고 몇 가지 책을 참고해 직접 장착했다. 야간 장거리 운행이 많아 희고 밝은 불빛은 운전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헤드램프 때문에 단속을 당했고, 결국 자동차 회사 마크가 찍힌 순정 램프로 교체해야 했다.

대형마트의 자동차 부품 코너에 가면 헤드램프용 전구를 살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희거나 밝은 전구의 경우 경찰의 단속을 당할 수 있다. [중앙포토]

 부품 코너에 가면 번호판 주변에 붙이는 스티커를 구입할 수 있다. 이걸 붙이면 밋밋했던 번호판이 마치 유럽의 번호판처럼 둔갑한다. 그러나 번호판에 스티커와 같은 부착물을 붙이는 것도 단속 대상이다. 일부 운전자는 빛을 반사하지 않는 스티커가 왜 단속 대상이냐고 항변하지만 단속 현장에서는 이런 주장이 먹히지 않는다.

 최근 경찰이 헤드램프·번호판 단속을 집중하는 이유는 안전을 위해서다. 지나치게 밝은 헤드램프를 높게 비추고 달리는 것은 맞은편 운전자의 시야를 순간적으로 무력화해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지나치게 현란하거나 빛이 강한 후면의 정지등 역시 뒤따라오는 운전자의 피로도를 높인다.

불법으로 번호판 가리개를 부착하고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 빛이 반사돼 번호판을 볼 수 없다. [중앙포토]

 번호판 개조는 정도가 심한 경우가 많다. 운전석에서 버튼을 누르면 전동식 가림막이 나와 번호판을 가리는 장치가 있다. 버튼을 눌러 번호판 자체를 뒤집는 장치도 있다. 기계 장치를 이용해 번호판을 완전히 숨기는 것이다. 번호판 주변에 반사 스티커를 붙이고, 빛을 반사시키는 투명 판을 씌우고 빛을 산란시키는 스프레이를 뿌리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무인 과속 단속 카메라를 피해 마음껏 질주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다. 심지어 범죄로 악용되는 사례까지 있어 단속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헤드램프와 번호판과 관련해 사례를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단속을 하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경찰서가 지역별로 집중 단속을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헤드램프를 단속할 때 빛이 너무 밝거나 백색이면 일단 의심한 뒤 보닛을 열어 개조 흔적을 찾는다. 번호판 단속은 육안으로 식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눈으로 보기에 반사되는 스티커가 붙었다면 그 자리에서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한다. 이 때문에 번호판과 주변을 개조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다만 실내에 어떤 물건을 더하거나 조명을 바꾸는 것은 대부분 괜찮다. 한참 논란이 됐던 유리창 선팅은 가시광선 투과율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로 단속한다. 전면 유리는 70% 이상, 측면 유리는 40% 이상 투과돼야 한다. 전면 유리에 내비게이션을 붙이는 것을 단속한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돌았지만 실제 단속하지 않는다. 차량 외부의 경우 범퍼 앞뒤에 돌출범퍼를 붙이고, 차체를 낮추고, 트렁크에 요란한 날개를 붙이는 것은 대표적인 단속 대상이다.

 장진택 자동차 칼럼니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