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한미銀 제휴 의미는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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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한미은행의 제휴는 비단 전산분야의 경비절감뿐 아니라 정부가 주인이 아닌 민간은행간 최초의 자발적 합병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계에선 이번 제휴를 두고 '결혼(합병)을 전제로 한 연애' 로 해석하고 있다.

두 은행장들 역시 합병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국내 은행권에 '선(先) 전산분야 제휴.후(後) 합병' 이라는 새로운 합병모델이 탄생할 전망이다.

하나.한미은행은 지난 5월말 현재 총수신이 각각 38조3천6백억원, 22조4천3백억원으로 합병시 총수신 규모가 60조원을 초과, 국민은행 수준(63조9천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같은 제휴는 이미 지난달 초 이헌재(李憲宰)재경부 장관이 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국내 은행들은 독자로 전산.정보 기술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일본과 미국처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은행간 전략적 제휴에 나서야 한다" 는 방침을 천명, 시장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돼 왔었다.

이에 따라 국민.주택.신한 등 나머지 우량은행 및 공적자금 투입은행들 역시 짝짓기를 통해 2차 구조조정의 구도하에서 제 살길을 찾아나가기 위한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조흥은행과 광주은행의 합병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다.

다음은 하나.한미은행장이 27일 조인식 직후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

- 알리안츠(하나).BOA(한미) 등 외국계 대주주나 정부당국의 반응은.
"효율성을 제고하는 업무제휴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

- 은행권 합병이 가시화할 경우 서로를 최우선의 파트너로 생각하는가.
"두 은행간 기업 문화, 구성원의 의식구조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업무제휴 파트너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합병을 논의하거나 결정한 사항이 없으나 자주 만나다 보면 다른 은행보다 밀접한 관계가 되고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 업무 제휴를 추진하게 된 계기는.
"은행권에서 정보통신(IT)분야 공동투자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사적인 자리에서 두 행장이 만나 합의하게 됐다.
"
- 두 은행이 합쳐도 자산이 80조원으로 한빛은행 수준에 불과한데 리딩뱅크가 될 자신이 있나.
"규모가 절대적인 요인이 아니다.
하나.한미은행의 1인당 생산성은 여타 은행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규모 때문에 다른 은행과의 합병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
- 한미은행의 칼라일펀드로부터의 외자유치는 어떻게 되나.
"이번 업무제휴와 상관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은행의 경제적 규모만 달라지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칼라일측으로부터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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