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배(49·과천마라톤클럽 회장·사진)씨는 ‘딸바보(딸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다. 마라톤도 딸에게 잘보이기 위해 시작했다. 달리다 힘들면 항상 딸의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한 마라톤은 인생의 전부가 됐다.
박씨는 6일 2011 중앙서울마라톤에 참가해 2시간47분07초로 마스터스 풀코스(42.195㎞)를 달렸다. 개인 통산 스물아홉 번째 완주이자 스물세 번째 서브 스리(Sub Three·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세 시간 이내에 완주)다. 결승점을 통과한 박씨는 가장 먼저 딸 솔이(8)를 찾았다.
그는 “딸이 결승점에 기다린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서브 스리까지 달성해 기분이 좋다. 움직일 힘만 있다면 죽기 전까지 달릴 것이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가 마라톤을 시작한 건 솔이 때문이다. 솔이는 입양 아동이다. 1993년 결혼한 박씨는 2003년까지 불임이 계속되자 공개 입양을 결정했다. 그의 나이 마흔한 살 때다. 그리고 2006년 마흔네 살 때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솔이가 컸을 때 아버지가 늙고 건강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래서 마라톤을 시작했다. 솔이는 내가 끊임없이 뛸 수 있는 이유다”라고 했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등산을 하며 체력을 관리한 그는 마라톤에 금방 적응했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풀코스를 3시간10분대로 완주했다. 솔이도 이런 아빠의 노력을 알았다. 마라톤 대회 때마다 따라가 열성적인 응원을 했다. 주말에는 함께 손을 잡고 마라톤 훈련을 할 정도다.
지난해부터는 세계 5대 메이저 대회에 도전했다. 목표는 전 대회 서브 스리. 자비를 털어 세계 곳곳을 누볐다. 결국 지난해 4월 보스턴 마라톤 대회부터 지난달 열린 시카고 마라톤 대회까지 1년6개월 만에 ‘5개 메이저 대회 서브 스리’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국내 엘리트·마스터스 선수를 통틀어 처음 있는 기록이다.
그는 벌써 다음 목표를 세웠다. 내년 1월 20일 친구 두 명과 히말라야 등반에 나선다.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마라톤이 아닌 등산이다. 솔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솔이도 “아빠, 파이팅”이라며 응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