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고려대 출신 벤처사업가들 '뭉치자'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오후 2시 고려대 교정에 낯익은 벤처기업인과 정관계 인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시공테크 박기석 사장, 인티즌 공병호 사장 등 고려대 출신 벤처기업인들과 허인회 민주당 위원장, 김광수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교정에 얼굴을 나타낸 것은 고려대벤처기업 모임인 케이유벤처클럽(KU venture club, 회장 박기석)
창립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쿠벤처클럽에는 60년대 학번부터 90년대 학번까지 벤처업계에 관련된 인사 1백20명이 참여하고 있다.

벤처업계에 몸담고 있는 기업인과 정관계 인사들이 모두 망라돼 있는 것. 김홍식 한솔CSN대표이사 전무(64학번)
와 오강현 특허청장(67학번)
등 60년 학번과 이행우 벤트리 사장(76학번)
, 공병호 인티즌 사장(79학번)
등 70년대 학번 그리고 80년대 학번으로는 설종환 네띠모아 사장(82학번)
, 원성묵 아시아인트로닷컴 사장(83학번)
등이 주도적으로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회장은 박기석 사장이, 부회장은 공병호 사장과 디지텔의 이종석 사장(88학번)
이 맡는다.

이렇게 고려대 출신 벤처기업인들과 정관계 인사들이 ‘벤처 고려대’를 표방하며 벤처기업 모임을 만들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고려대는 벤처업계에서 교세에 비해 열세를 면치 못했고 또 벤처기업인 모임 결성도 다른 대학에 비해 늦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사실 서울·연세·과학기술·서강·인하대 등 성공한 벤처기업인을 많이 배출한 다른 대학에 비해 간판으로 내세울 벤처기업인이 없었다.

항간에 알려진 고려대 출신 벤처기업인으로는 이번에 고려대벤처기업인 모임 회장을 맡은 박기석 사장과 자유기업센터소장에서 인터넷기업 인티즌으로 자리를 옮긴 공병호 사장 등만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 뿐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 버추얼텍의 서지현 사장 등 스타급 벤처기업인을 다수 배출, 벤처업계에서 학맥을 자랑하고 있는 맞수 연세대에 비해 무게감과 숫자에 있어 떨어진다.

다른 분야에 비해 벤처업계에서 기를 못쓰는 것을 두고 벤처업계에서는 고려대 특유의 집단주의 분위기와 단결력이 창의성으로 표현되는 벤처 패러다임에는 적합치 않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세간의 평에 대해 고려대 출신 벤처기업들은 ‘두고 보면 알 것’이라며 일축한다.

실무 간사를 맡고 있는 네트로21의 허영 팀장은 “인터넷·벤처비즈니스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결합체 양식이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유리하다. 고려대 특유의 결속력이 앞으로는 더욱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고려대 벤처기업인 모임이 다른 타대학에 비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그 동안 소모임 형태로 여러 모임이 있어 왔다. KU벤처클럽은 이런 소모임들의 연합체 성격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 클럽은 향후 사업방향을 회원상호간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산학협동프로젝트와 우수벤처투자를 위한 펀드를 만드는 데 두었다. 특히 후배 재학생들의 벤처기업 진출과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인력풀(Job Pool)
’을 만들어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허팀장은 “케이유벤처클럽은 떠들썩하지는 않고 내실위주로 모교 고려대와 벤처업계의 발전을 위해 실사구시의 태도로 운영될 예정”이라며 “조용하지만 힘있는 모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이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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