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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방사능, 폐자재 섞인 아스콘 탓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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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4일 방사능이 이상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 인근 도로 두 군데를 정밀조사한 결과 방사성 물질 세슘137의 최대 방사선량 농도가 각각 1.4μ㏜(마이크로시버트)와 1.8μ㏜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기술원 황선철 책임행정원은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해체하고 아래 부설된 콘크리트와 흙바닥 등을 조사한 결과 방사선이 아스콘에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러나 인체에 유해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두고 지역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도로 옆 아파트에 사는 주민 유화목(37)씨는 “동네에 이런 일이 생기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방사능이 이상 검출된 도로 두 곳의 아스콘 재포장공사를 시작했다.

 ◆아스팔트에서 1년간 누워 자지 않는 이상 안전=이번에 검출된 방사선량은 위험한 수준일까. 황선철 행정원은 “월계동 빌라 앞 도로의 경우 26군데를 측정했는데 최대 농도가 1.4μ㏜일 뿐 평균 농도는 0.3~0.5μ㏜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대치인 1.4μ㏜도 하루 1시간 1년 동안 노출되면 ‘허용 권고치’의 절반 정도에 이르는 농도다. 허용 권고치란 인체 유해 여부를 따지는 기준이 아니라 국가의 관리가 필요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1.4μ㏜라는 이번 결과는 애초 알려진 3μ㏜라는 환경운동연합 측 주장과 다르다. 기술원 관계자는 “환경운동연합이 측정한 것은 지면 가까이서 한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지면에서 1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문제가 된 도로 부위를 다 먹거나 늘 누워 있지 않는 이상 걸어다니는 보행자로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수치”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방사능이 검출돼 논란이 됐던 경주·포항의 도로에서 나온 방사선량도 조사 결과 허용 권고치의 3~7%에 지나지 않았다.

 ◆방사능 물질 출처는 아스콘에 섞인 폐자재 가능성=이번 방사능 물질이 어디에서 유입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지방방사능측정소의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능이 검출된 아스콘은 2000년 노원구청에서 노후된 도로의 보수 공사를 하면서 서울경인아스콘공업협동조합에 소속된 업체가 제공했다. 조합 서정만 이사는 “한 해 1만여 건의 공사를 하기 때문에 어느 업체가 제공했는지 확인이 어렵다”며 “수도권 북부에 위치한 업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아스콘은 아스팔트와 골재로 이뤄지는데 간혹 폐자재가 섞이기도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오장진 박사는 “간혹 섞이는 폐자재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위원회는 방사능이 나온 경주·포항의 도로도 아스콘에 섞여 들어간 폐자재가 오염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정봉·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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