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금요일 새벽4시] “어, 그거 여성용인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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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크리니크의 CEO 리카르도 킨테로 인터뷰는 그런 점에서 기억에 남습니다. 이분은 기업인이라기보다 철학자의 느낌이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헤어지려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 인생은 수많은 교차점으로 가득 차 있어요. 내 인생과 당신의 인생이 서로 다른 때와 장소에서 시작돼 갑자기 오늘 이곳에서 ‘쿵’ 하고 만난 거예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려면 인생을 바꿔줄 사람, 순간, 그리고 사건들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해요.” 그동안 했던 인터뷰들,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 지금 일하는 동료들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나는 내 외모가 맘에 안 든다”고 불평하자 “정말 아름다워지고 싶으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태우라”고 사장님 같은(?) 조언도 해줬습니다. 풍채 좋은 킨테로를 멋진 사진으로 담아낸 박종근 차장도 이날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답니다. 매일 아침 별생각 없이 써오던 스킨이 바로 크리니크 제품이었다는 거죠. 박 차장은 킨테로에게 “나도 매일 이 스킨을 쓰는데 정말 좋다!”고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습니다. 사장은 순간 흠칫 놀란 표정이었지만 이내 활짝 웃으며 함께 엄지손가락을 세웁니다. 저기요 박 선배, 이제야 말씀드립니다. 그 스킨은 꽤 유명한 여성용 스킨이에요. 제가 다음에 꼭 남성용으로 선물할게요. <이소아>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대표는 다양한 월간지를 만듭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이 대표적이죠. 제 아내가 즐겨 보는 잡지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인터뷰 중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비결’을 여러 가지 들려줬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만한 것들이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아내에게 얘기해줬습니다. “이영혜 대표의 부모님들은 이 대표더러 ‘동화책을 읽어달라’ 하셨대요. 그래서 어릴 적에 부모님 앞에서 큰 소리로 동화책을 읽으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대요. 참 좋은 교육법인 것 같지 않아요?” 아내가 공감할 줄 예상했는데, 반응이 뜻밖입니다. “애들한테 책 읽어주는 게 귀찮아서 그러죠? 아이들이 조르고 졸라야 한 번 읽어줄까 말까 하니까. 읽다가 먼저 졸기나 하고….” 이럴 때는 빨리 말을 돌리는 게 상책입니다. “이 대표가 그러는데, 애들에게 물건을 선물하기보다는 뮤지컬, 전시회, 연극 이런 것들을 많이 보여주래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은 누구의 입을 통하느냐가 참 중요한가 봅니다. “당신 아들이 오늘도 한마디 합디다. 아빠가 몇 달 전부터 장난감 사준다고 말해놓고선 약속을 안 지킨다고… 이미 해놓은 약속부터 좀 지키고 연극을 보러 가든 하자고요.” 행복이 가득한 집을 만드는 게 참 쉽지 않군요. 제게만 그런가요? 다른 아빠들 사정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성시윤>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72호
에디터 : 이훈범 취재 : 성시윤 · 김선하 · 이도은 · 이소아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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