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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떠오르는 신흥시장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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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신각수
주일대사

세계경제가 미국의 더블딥 우려,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성장률 저하, 신흥국의 인플레 등으로 불안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이 안고 있는 문제가 짧은 시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신흥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우리에게 새로운 시장을 찾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바로 우리 옆에 있는 일본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시장은 다양한 비관세 장벽으로 인해 외국 제품이 진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1980년대 일본시장을 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로선 현대차가 일본시장 진출을 꾀한 지 10년 만에 철수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사실 1조 달러에 달하는 무역대국인 한국의 유수 기업 제품이 유독 일본시장에서만 힘을 못 쓴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양한 원인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일본시장의 품질·안전·환경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갈라파고스형 원세트 경제를 추구해 시장 틈이 적고, 다른 시장에 비해 시장개척 비용과 시간이 과다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일본경제 침체로 시장으로서의 매력에 회의적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1인당 소득 4만2000달러, 인구 1억3000만 명으로 우리 시장의 약 다섯 배에 달하는 거대시장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문화적으로 유사하며 가교 역할을 담당해줄 재일 한국인이 57만 명 거주하고 있다.

 올해에는 몇 가지 긍정적 신호가 있다. 우리 대일 수출이 지난 8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46%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류 붐도 큰 도움이 된다. 일본인에게 인기 있는 걸그룹 카라를 모델로 쓴 홍초는 최근 매출이 열 배가량 늘었다. 엔고와 일본 기업의 해외조달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우리 부품소재의 일본 진출에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이미 일본 유수 자동차회사가 한국산 부품 조달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 좋은 예다. 일본은 우리에게 떠오르는 신흥시장이다.

신각수 주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