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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서도 일렁이는 남북 교류의 물결

중앙일보

입력

최초의 남북 합작 만화가 7월초 선보인다.

극동만화연구소 공동대표인 박호성(대구 미래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교수의 주도로 제작되는 이번 작품(가제 〈남남북녀〉)은 남한 남자와 북한 여자의 이념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남북 합작 만화가 본격 추진된 것은 1998년 6월. 극동만화연구소(당시 한국만화연구소)가 남북 공동만화 제작을 위해 통일부로부터 대북 접촉 승인을 받고부터다.

현대 그룹의 소떼 방북 사업을 담당했던 북조선민족경제연합회 대표들과 중국 베이징에서 1차 접촉을 가지고 "남북이 공동으로 만화를 제작하자"는 안에 양측이 동의한 것. 남쪽에서는 박교수를 포함한 만화가 4명이 참여하고, 북측은 '만수대 창작대'의 여성 만화가 2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작업은 지난해 1월 작가들이 직접 중국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 먼저 스토리 보드 작업에 착수했다.

남녀 주인공이 중국 옌벤에서 사랑을 나눈다는 설정에 동의한 양측 작가들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 작업을 이어갔다.

양측의 스케치와 데생 작업 부분은 중국을 경유해 서로 주고 받고, 제3의 지역에서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정부의 승인을 받긴 했으나 남북관계가 지금 같지 않은 때라 작업은 비밀에 붙였다.

박교수는 "통일을 향한 두 사람의 사랑을 매개로 남북 관계를 긍정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해 왔다"고 말한다.

또 박교수는 "작품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등장한다"며 "통일의 염원이 담긴 만큼 김위원장의 서울 방문 때 작품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작품은 2부로 구성돼 있으며 권당 2백 페이지씩 모두 6권 분량이다. 현재 90% 이상 진행된 상태다. 박교수는 90년부터 일간스포츠에 병영 생활을 담은 〈찌그다시 병정노래〉 등을 연재했으며 94년부터 2년여 '말주비'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세계일보 시사만화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북한만화를 인터넷에 올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인터넷 만화사이트를 운영 중인 ㈜한아름닷컴(http://www.manhwa.co.kr)은 한국만화연구소를 통해 입수한 북한 만화작품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개하기 위해 통일부에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아름닷컴의 박승현 사장은 "빠르면 7월 초쯤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 달에 한 권 꼴로 작품 전체를 인터넷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공개될 작품은 〈기다리던 련락원〉(글 림춘식·그림 심영수). 일제 시대 항일 유격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91년 북한의 금성청년출판사에서 출판했다.

북한에서는 만화책을 그림책이라고 부른다. 북한만화는 상업성보다는 정보나 교훈전달이 1차 목적이기 때문에 우리 만화와는 다른 감상법이 요구된다. 60·70년대의 우리 만화처럼 작품의 눈높이가 아직 낮은 연령층에 맞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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