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2000] 포르투갈, 터키 누르고 4강 선착.

중앙일보

입력

‘유럽의 브라질’ 포르투갈이 ‘투르크 전사들’을 누르고 제일 먼저 4강에 진출했다.

A조에서 전통의 강호 독일과 잉글랜드에 승리를 거두며 1위로 8강에 오른 포르투갈은 25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벌어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B조 2위로 올라온 터키를 맞아 시종일관 경기를 리드하며 누노 고메즈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터키와의 8강전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포르투갈 축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유럽 최고의 중원 사령관으로 평가 받는 루이스 피고의 경기 운영 능력은 포르투갈 선수들이 터키 진영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경기 초반 기세는 오히려 터키가 더 강했다. 갈라타사라이 클럽의 UEFA컵 우승 멤버들이 주축을 이룬 터키는 사상 처음으로 유럽선수권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여세를 몰아 포르투갈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터키의 상승세에 발목을 잡은 것은 자신들이었다. 전반 26분 경 터키의 중앙수비수 알파이가 포르투갈 선수와의 몸싸움 후 상대 선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 퇴장 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에 처한 터키가 이때부터 수에서도 포르투갈에 밀리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알파이가 퇴장 이후 양 팀 선수들의 감정 싸움이 심해졌고 터키 선수들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다.

수적으로 우위를 놓인 포르투갈은 영국의 앨런 시어러가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라 극찬한 루이스 피고를 앞세워 터키 진영을 위협했다. 결국, 전반 44분 터키 우측에서 루이스 피고가 센터링 한 볼을 누노 고메즈가 몸을 날리며 방향을 바꾸는 헤딩슛으로 터키 골문을 열었다.

터키도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터키는 전반 종료 직전 포르투갈 수비수 쿠투의 반칙으로 패널티킥을 얻었다. 그러나 아리프의 패널티 슛을 포르투갈 골기퍼가 선방, 동점 기회를 놓쳤다. 패널티킥 실축과 동시에 전반은 끝났다.

후반 소사를 교체 투입한 포르투갈은 전반보다 강한 공세로 터키를 위협했다. 그리고 선봉에는 항상 루이스 피고가 있었다.

피고는 좌우측을 오가는 폭 넓은 공간 활용과 날카로운 센터링, 개인기에 의한 중앙 돌파, 위력적인 중거리 슛 등 게임 게임 메이커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포르투갈의 두 번째 골도 피고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뛰어난 개인기로 수비수 둘을 제친 피고가 골기퍼와 수비수의 사이의 공간으로 땅볼 패스, 뛰어들던 누노 고메즈가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경기 막판 터키는 영패를 면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쳤지만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터키는 후반전에 제대로 공격 한번 하지 못하고 8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8강전에서 승리한 포르투갈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간판 선수인 루이스 피고가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도 큰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4강전에 진출한 포르투갈은 26일 열리는 프랑스-스페인 전의 승자와 경승진출을 놓고 29일 새벽 1시 한판 승부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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