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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서 러브콜 “취업걱정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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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립전북기계공고 학생들이 밀링 금형작업에 대해 박인원(왼쪽 둘째) 교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활짝 웃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달 초 전북기계공고의 교무실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대기업들로부터 “그 학생들을 보내 달라”는 러브 콜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국기능대회에서 입상한 학생 4명이 대상이었다. 먼저 현대그룹이 “메달을 딴 학생들을 데려 가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삼성전자가 “국내 최고의 인재로 키우고 싶다”는 연락을 해 왔다. 이형욱 전북기계공고 교감은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 고교생에게, 취업선호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대기업들이 스카우트 경쟁을 하는 것은 30여 년의 교직생활 중 처음 봤다”며 “고민 끝에 다른 학생 9명까지 함께 입사하는 조건으로 삼성전자 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인 전북기계공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북지역 최초로 CEO 출신을 교장으로 초빙한 데다 학생 취업률이 예년보다 배 이상 높아지고 있다. 신입생 경쟁률도 껑충 뛰는 등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전북 익산시 남중동에 있는 이 학교는 1학년과 2학년은 각각 300여 명, 3학년은 480여 명이 재학 중이다. 3학년은 현재 80% 가량이 현장 실습을 나간 상태다. 이들 중 대학 진학 희망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취업으로 연결된다. 2~3년 전만 해도 취업률이 20~30%에 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1년 뒤 취업을 예약한 ‘입도 선매’ 2학년생도 14명이나 된다. 삼성전자·SDS·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인재 확보 차원에서 미리 ‘찜’을 한 것이다. 일부 회사는 연간 500만원씩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이 같은 취업 호조는 현장 맞춤형 교육을 강화한 덕분이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시간은 물론 오후 4시30분부터 진행하는 방과후 수업에서 강도 높은 이론·실습 교육을 받는다. 1주일에 20~30시간씩 받은 특화 전문교육은 곧바로 현장에서 투입될 수 있을 정도다.

 2년 전 마이스터고로 지정받으면서 50여개 대기업과 맺은 산업협약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현장 실습이나 기술 지도를 지원한다.

 학교의 변신은 “대학 졸업장을 따고도 빈둥거리는 것보다 마이스터고를 나와 확실한 직장을 잡는 게 낫다”는 쪽으로 학생·학부모들의 의식을 바꾸고 있다. 중학교 성적이 상위 30~40% 안에 들어야 입학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9월 취임한 박인원(57) 교장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현대·기아자동차 등에서 30여 년간 근무했다. 그는 과거 교장·교감에게 집중되던 권한을 분산했다. 각 과마다 자체적으로 사업·커리큘럼을 짜고, 이에 맞춰 예산을 운영하도록 했다. 또 교사·학생 누구든 드나들 수 있도록 교장실 문을 열어 놓고 있다.

  박 교장은 “국부 창출의 근간인 제조업을 이끌고 나갈 최정예 기술자들의 산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장대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마이스터고교=산업수요 맞춤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운영되는 학교다. 전체 교육과정의 60%를 학교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교장도 개방형 공모를 통해 초빙한다. 학비·기숙사비 등을 국가에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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