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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나…

중앙일보

입력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다양한 시각에서 전쟁을 재조명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전쟁연구회와 같은 전문 연구단체에서 학술적인 글들을 모은 책, 사회학자가 전쟁의 사회사적 측면을 재조명한 책, 전쟁의 과정을 세밀하게 서술한 글모음, 전쟁의 미스테리를 모아 엮은 책 등이 전쟁이라는 거대하고 복합적인 사건의 여러 모습을 각각 다루고 있다.

책들은 저마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많이 담고 있어 주목된다.

◇ 〈탈냉전시대 한국전쟁의 재조명〉(한국전쟁연구회 편.백산서당.1만5천원)〓진지하고 묵직한 연구성과들이 많이 담겨 있다.

연구회는 1987년 6.25를 연구해온 국내학자들이 만든 모임이며, 연구회 소속 전문가 12명이 글을 썼다.

필자들은 90년대 들어 비밀이 해제되면서 쏟아져나온 미국.중국.러시아의 공식문서에 기초해 연구해온 최근 성과들을 내놓았다. 그래서 기존의 연구와 다른 내용이 많으며,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도 많이 들어 있다.

홍용표(통일연구원 연구위원)씨가 쓴〈전쟁 전개과정에서의 한.미간 갈등〉과 같은 글은 별로 다루지 않았던 주제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한미관계에까지 계속되고 있는 양국간의 역학관계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홍씨는 이 글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휴전을 극구반대하며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것은 휴전후 남한의 안전을 지키기위한 '상호방위조약' 을 따내기 위한 전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쟁과 사회〉(김동춘 지음.돌베개.1만3천원)〓사회학자인 필자는 전쟁의 양상을 밝히는 데서 나아가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라는 부제처럼 오늘까지 계속되는 전쟁의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

필자가 지난 5년간 전쟁연구에 몰두한 것은 우리 현대사에서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폭력성의 뿌리를 찾기 위한 시도였다.

고문과 학살이라는 권력의 폭력성을 탐구해들어가다 보니 자연히 민중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쟁의 비극적 측면을 많이 다뤘다.

학살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증언을 채록하고,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 제도화된 폭력임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글을 써 르포처럼 생생한 느낌을 준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나〉(이재범 등 9명.다할미디어.9천원)〓국방군사연구소 민족사부장을 지냈던 이재범(경기대)교수가 이병태 국방부 전사편찬위원등 전사(戰史)를 전공하는 학자들과 함께 공동집필한 책. 전쟁의 진행과정에 대한 세세한 서술이 전사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풀어썼다.

객관적 사실을 많이 담고 있으며, 필자마다 입장은 다르지만 전통적 시각이 강하다.

◇〈한국전쟁의 수수께끼〉(이희진.오일환 지음.가람기획.9천원)〓해방에서 전쟁까지 기간의 현대사에 숨겨진 미스테리를 풀어보고자 시도했다.

예컨데 '38선-우연인가 필연인가' 라는 글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소개한 뒤 이와는 다른 해석을 가능케하는 방증들을 제시하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쟁이란 무거운 사건을 비교적 가볍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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