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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 2000] 스페인·유고슬라비아전 관전평

중앙일보

입력

스페인과 유고슬라비아의 C조 예선 마지막 라운드 경기.

* 득점 상황 *

[0-1] :전반 30분. 스페인 진영 왼쪽을 돌파하던 드룰로비치의 센터링, 쇄도하던 밀로세비치의 헤딩슛에 의한 득점.

[1-1] : 전반 38분. 유고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전방 우측서 에체베리아가 라울에 밀어줄 볼을 라울이 골문 앞쪽으로 끌고 들어가는 순간, 수비 저항에 의해 트래핑이 길어진 가운데
앞서 있던 알폰소가 구석으로 차 넣어 득점.

[1-2] : 후반 5분. 스페인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내 우측에서 두를로비치의 패스, 고베다리카의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 성공.

[2-2] : 후반 6분. 유고의 득점과 비슷한 경로에 의한 득점. 에체베리아가 유고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외곽에서 크로스 해준 볼을 무니티스가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득점.

[2-3] : 후반 30분. 스페인 진영 중앙 오른쪽에서의 유고의 프리킥 찬스. 프리킥된 볼이 스페인 문전에서 양 팀 선수들에 의해 오가는 가운데 왼쪽으로 흐른 볼을 콤례노비치가 길게 발을 뻗은 것이 득점으로 연결됨.

[3-3] : 후반 47분. 유고 진영 페널티 에어리어 내에서 드룰로비치의 반칙에 의한 페널티킥, 멘디에타의 득점.

[4-3] : 후반 50분. 중앙선상에서 문전으로 길게 연결된 패스를 우르자이즈가 오른쪽에 있던 알폰소에게 연결, 알폰소의 그림 같은 땅볼 발리슛에 의한 득점.

8강행을 위해 승리가 꼭 필요했던 스페인의 기적 같은 승리였다. 전광판의 시계가 후반 45분을 지나는 순간, 경기장엔 극도의 긴장과 함께 침묵이 감돌았다.

로스타임.

프랑스 월드컵 16강 탈락 당시의 좌절의 그림자가 또다시 스페인 진영을 가득 뒤덮고 있는 것만 같았던 순간, 스페인은 도저히 이루어낼 수 없으리라 생각되었던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내고야 말았다.

객관적인 전력상 노르웨이가 슬로베니아를 꺾으리라고 예상했을 때, 8강행을 결정짓기 위해 스페인으로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경기 시작 휘슬과 동시에 스페인은 적극 공세를 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측에 멘디에타, 좌측에 프란을 포진시킨 스페인은 과르디올라를 위시한 중앙 미드필더로부터의 긴 측면 오픈 패스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이번 대회 유고 팀내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왼쪽 윙 드룰로비치의 측면 돌파에 대비해 공격 능력이 뛰어난 오른쪽 윙백 살가도의 공격 가담을 자제시키고, 반대편의 세르히를 활용한 측면 돌파 공략이 주효하면서 스페인은 여러 차례 유고 문전을 위협했다.

하지만 전반 중반, 왼쪽 윙 프란이 에체베리아와 교체되면서 에체베리아가 오른쪽을 맡게 되었고 프란의 자리는 멘디에타에 의해 대체되면서 다소 좌우 공격의 균형이 무너지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반면 유고는 스페인의 적극적인 공격에 대비해 두터운 수비벽을 형성하면서 특히 라울에 대한 집중마크를 늦추지 않았다. 또 스페인의 공격이 차단되면 바로 자기 진영으로부터 긴 패스에 의해 전방의 밀로세비치를 노리는 공격 전술을 사용했다.

전반 중반에 접어들면서 공격에 다소 적극성을 보인 유고는 역습을 통해 선제 골을 성공시키고 이는 양팀간 접전의 도화선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두팀의 골 공방이 이어지고, 좌우 측면 공략과 중앙에서의 돌파를 적절히 병행하며 문전을 공략하는 스페인의 계속되는 공세 속에 유고는 거친 수비로 일관하면서 급기하는 요카노비치가 퇴장 당해 10명이 싸우는 불리함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도 그랬듯이 불리함 속에 더욱 빛을 발하는 유고의 공격은 마침내 역전을 이루어내고 승리를 목전에 둔 듯했다.

그렇지만 스페인의 승리에 대한 의지는 이보다 더 했다. 전반 4-4-2에서 후반 숫적 우세를 안고 3-4-3에 가까운 전형으로의 변화를 꾀하면서, 과르디올라와 멘디에타를 중앙에 두고 줄기차게 문전으로의 연결을 시도한 스페인은 종료 휘슬이 불 때까지 사력을 다한 끝에 결국 감격의 역전승을 일구어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대회 또하나의 명승부를 연출한 스페인과 유고.

스페인은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위태위태했던 상황을 그나마 어렵게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매 경기에서 오늘의 기적과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탄탄한 전력을 갖춘 팀들이 버티고 있는 8강 이후의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스페인 특유의 개인기를 바탕으로한 축구를 뒷받침할 조직적인 움직임이 뒤따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라울에 편중된 공격을 다양화해서 역으로 라울의 득점력을 배가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반면 대회 초반 흐트러졌던 분위기를 다잡고 팀컨디션을 회복한 유고의 뒷심도 만만히 볼 수 없다.

다만 이번 대회 매 경기 퇴장 선수를 기록한데서 알 수 있듯이 선수들의 감정 조절이란 부분에 큰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곧 팀전력의 손실이 아닐 수 없으며, 경기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노장 선수가 많다는 팀컬러도 체력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단기 레이스엔 취약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선 라운드 내내 보았듯 많은 변수를 지닌 팀이기에 그들의 행보를 섣불리 판단할 순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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