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신 "8억달러 외자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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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투신증권이 미국 보험전문금융그룹인 아메리카 인터내셔널 그룹(AIG)등 6개 기관투자가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총 8억여달러(약9천억원)의 외자를 유치키로 했다.

현대투신증권은 21일(미국 시간) 이창식(李昌植)사장과 미국측 컨소시엄이 현대투신에 8억1천5백만달러를 투자키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뉴욕 현지에서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투자자금은 실사가 마무리되는 한달 후쯤 납입될 예정이다. 이번 투자가 실현되면 외자유치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하게 된다.

투자참여 기관은 AIG와 위스콘신 주정부기금,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기금센터(Calpers), W.L.로스, GE캐피털(GECC), 트랜스 아메리카 등으로, 이들을 대표해 W.L.로스의 윌버 로스 회장이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들 6개 기관은 우선 현대투신증권이 96.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현대투신운용의 발행주식 50%를 주당 2만원씩 3천억원에 사들이고, 현대투신증권 우선주 증자에 3천억원(주당 1만원)을 추가로 투자하게 된다.

또 현대투신증권의 대주주인 현대증권의 우선주 증자에 3천억원(주당 1만5천원)을 투자하며, 현대증권은 여기서 마련된 돈 전액을 현대투신증권 보통주 증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같은 자금투입이 마무리되면 현대투신증권의 최대주주는 현대전자에서 현대증권으로 바뀌게 되고, 현대투신운용의 최대주주는 AIG 등 6개 기관이 된다.

현대투신 관계자는 "AIG 등 6개 기관은 현대투신운용의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경영권을 당장 행사하지는 않을 것" 이라며 "그러나 이들 기관이 갖게 될 우선주는 모두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의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어 경영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설명했다.

현대투신증권은 지난 3월 말 현재 자기자본이 1조2천억원 잠식된 상태여서 최근 정부와 올해 중 1조2천억원의 자본을 확충하는 경영정상화 계획 MOU를 맺었는데, 이번 외자유치가 실현되면 75%를 조기 달성하게 된다.

이날 양해각서 서명식에는 20일 미국에 온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도 참석했다.

다음은 윌버 로스 회장과 AIG그룹의 윈 누거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수석부사장이 양해각서 체결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 내용.

- 현대계열은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경영권을 둘러싸고 잡음도 적지 않았는데 어떤 점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나.

"W.L.로스나 AIG 모두 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프로들이다. 한국의 경제여건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 등이 한국 투자의 리스크를 줄였다는 판단에서 현대 투자에 나선 것이다. "

- 경영권에 관여할 방침인가.

"현 경영진의 경영능력을 믿기 때문에 경영진 교체 등은 현재로선 고려치 않고 있다. 직접적인 경영 참여도 감안하지 않고 있다. "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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