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맞수 마쓰시타-소니 '디지털 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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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전업계의 영원한 맞수 마쓰시타와 소니가 제2차 디지털 대전을 벌이고 있다. 20년전 '비디오 포맷' 을 둘러싸고 격돌했던 양사는 이번에는 플래시 메모리카드와 비디오의 후계자 격인 DVD리코더의 기록방식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갖고 있다.

양사의 경쟁은 양사의 기술이 서로 호환이 안된다는 점에서 더욱 치열하다. 전세계 관련 업체들이 양사와 협력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기는 쪽의 기술이 전세계의 표준으로 인정받아 시장을 싹쓸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 시장은 2003년에는 2조5천억엔(2백37억달러)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20년전 '베타' 방식으로 마쓰시타의 'VHS' 방식에 무참하게 패했던 소니는 대대적인 설욕을 꿈꾸고 있다.

◇ 현황〓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디지털 대전의 핵심은 플래시 메모리카드와 DVD리코더의 기록방식이다. 플래시 메모리카드는 전원이 꺼져도 기억 내용이 남아있는 반도체로 PC.휴대폰 등 디지털 제품의 핵심부품이다.

마쓰시타는 30일 우표 크기에 무게가 55g으로 손목에 차거나 목에 걸 수 있는 64메가바이트 SD 메모리카드를 사용한 오디오 플레이어를 내놓는다. 올해말에는 SD를 이용한 PC.휴대폰.가전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2년전부터 껌 크기의 메모리스틱(MS)를 이용한 디지털 캠코더 등을 시판, 한발 앞서가는 소니를 겨냥한 것이다. 소니는 올해안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폰을 내놓는등 MS 이용 시장을 더욱 넓힌다는 전략이다.

마쓰시타는 이달말에는 DVD램을 사용하는 DVD플레이어를 선보인다. 이 제품은 소니가 지난해 5월 DVD-RW 방식으로 내놓은 슈퍼오디오 CD와 호환이 되지 않는다.

◇ 전망〓소니가 마쓰시타를 다소 앞서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마쓰시타가 뒤집을 것으로 보고 있다. ING 베어링 증권의 업계동향분석관 카즈시케 하타는 "세계의 대형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마쓰시타와 손잡고 있어 마쓰시타가 유리하다고 본다" 고 말했다.

마쓰시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이스트먼코닥.도요타자동차 등 90개 업체와 협력하고 있고, 소니는 팜컴퓨터 등 58개사와 손잡고 있다.

그러나 20년전과 같이 어느 한쪽이 '싹쓸이' 하는 현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UBS워버그의 업계분석관 마사히로 오노는 "비디오 대결에서 패한 소니가 발빠르게 포맷을 변경, 마쓰시타를 따라잡았듯 이번 대결에서도 영원한 승자.패자는 없을 것" 이라고 말학 "경쟁적 기술개발로 두 회사 모두 디지털시대의 강자로 살아남기를 희망한다" 고 말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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