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국 기업들, 북한진출 고대

중앙일보

입력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300여 한국기업들이 남북합의문에 따른 북한진출 기대로 동요하고 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북한지역에 대한 투자가 가시화되자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많은 기업들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기업을 해 본 경험을 살려 북한에 진출하면 다른 어느 기업들보다도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너도나도 정상회담후의 경제협력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북한과 체제가 똑같은 베트남에서 사업을 해 오면서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값진 경험을 했고 현재 이들이 베트남에서 하고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북한에서도 꼭 필요한 사업들이다.

대부분 섬유, 봉제. 의류. 신발 등 노동집약형 사업을 하고있는 이들은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을 가지고 북한에서 사업을 하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특히 베트남이 경제위기 극복에 실패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개혁속도가 느린 것도 이들을 북한으로 이끄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은 북한에 투자를 할 경우 경험없는 국내기업들 보다는 여러 면에서 자신들이 유리하고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하면서 동포들을 위해 사업을 한다는 자긍심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지리적으로 인접해있어 물자수송이 용이하고 기후조건이 베트남에 비해 월등하며 무엇보다도 근로자, 당국 등과 의사소통에 장애가 없다는 점 이들이 북한에 이끌리는 요인이다.

이에따라 일부 사업이 잘되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벌써부터 신규투자를 자제하는가 하면 많은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북한진출을 위한 검토를 서두르고 있다 .

한편 베트남주재 한국대사관도 한국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파악해 지나친 동요를 막는 방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대사관의 남관표 경제담당참사관은 "베트남과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우리 기업들의 지나친 동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익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을 무조건 붙들 수는 없는 만큼 베트남측과 협의해 우리 기업들이 이곳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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