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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간존중·자연사랑 프로그램으로 창의성 기르고 감성 키우는 ‘교육 놀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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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천안 꿈동산유치원에서 ‘문화·문해 수업’이 열렸다. 원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초가집·기와집에서 소꿉놀이를 했다. 소품을 이용해 장도보고, 물고기도 잡고, 차도 마셨다.

경험으로 깨우치는 ‘문화·문해교육’

천안 꿈동산유치원이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창의성과 감성교육에 비중 둔 교육이다. 아이들이 훈련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문화·문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8일 오전 꿈동산유치원 문화·문해수업시간. 6살 반 아이들이 교실 안에 마련된 초가집과 기와집에서 소꿉놀이에 빠졌다. 원생들이 각종 소품을 활용해 장도 보고, 물고기도 잡고, 아궁이에 불을 떼며 밥도 짓고, 차도 따라 마셨다. 박스와 스티로폼을 기초로 만든 초가집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름 실제와 흡사하다. 지붕은 실제 볏짚으로 꾸몄다. 초가지붕 위의 박도 만들었다. 찰흙으로 빚은 메주와 조롱박도 달았다. 벽은 물감이 아닌 흙으로 발랐다. 냇가도 만들었고 돌다리엔 빨래터도 있다. 아궁이와 나무도 있다. 화분에는 실제 벼가 심어져 있다. 망태기를 비롯해 주전자, 놋그릇, 젓가락과 숫가락 등 다양한 옛 소품이 아기자기 놓여 있었다. 모두 아이들이 책과 조선시대 화가인 김홍도의 그림을 보고 생각해 낸 것들이다.

 ‘문화·문해교육’은 꿈동산유치원이 매 학기마다 영상물이나 동화책에서 주제를 선정해 그와 연관된 다양한 소재를 찾아 생각하고 만들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2학기 주제는 ‘의좋은 형제’로 정했다. 집을 만드는데 꼬박 2주가 걸렸다. 옛 상황을 아이들이 꾸며가며 형제애는 물론 전통가옥과 옛 물건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도와주며 우리나라 전통을 스스로 알아가도록 돕는다. 같은 연령에서 똑같은 주제를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각자의 관심에 따라 활동내용이 모두 다르고 주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도 다르게 나타난다. 최정숙 원감은 “상상하기, 형상화하기, 몸으로 생각하기, 차원 바꿔 생각하기 등 다양한 활동 방법을 통해 ‘그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그것이 ‘무엇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상징의 의미를 알아내고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창의적인 감성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둠활동 토론하기 … ‘같은 내용 다른 생각’

또 다른 반에서는 모둠활동이 진행됐다. 이영주 교사가 원생들에게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토론수업을 가졌다. 뉴스에 나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문화·문해교육’ 주제인 ‘의좋은 형제’와 연계시켰다. “여러분 선생님이 오늘 아침 뉴스를 봤어요. 사진을 보니 태국에 비가 많이 와서 그곳 사람들의 표정이 우울하지요?. 그곳 친구들이 아우이고 여러분이 형이라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이 앞다퉈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해리포터처럼 줄을 내려 사람들을 구해줘요. 우산도 주고 장화도 줄게요. 하수구 막히지 않게 뚫어줘야 해요.”

 원생들은 5명씩 짝을 지어 선생님이 나눠준 내용을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형님의 입장에서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그림이나 글로 표현했다. ‘버려진 강아지’에게는 밥을 주며 보살핀다. ‘굶주린 소말리아 어린이’에게는 밥과 사과를 주며 힘내라고 한다. ‘집단 따돌림 친구’에게는 미안하다고 말하고 초콜렛을 나눠 먹는다. ‘지구 온난화로 사라지는 나라(투발루)’에는 바닷물을 싣고 가서 아프리카에 물이 없는 나라에 주고 아프리카 사막에서 흙을 퍼 섬에 붓는다는 등의 다양한 생각을 표현했다. ‘영양실조에 걸린 소말리아 어린이’에게는 글 대신 천사 같은 친구라며 그림에 날개를 달아줬다.

 꿈동산유치원은 토론수업이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깨고 모둠활동이란 프로그램을 정착시켰다. 시사적인 주제(유괴 사건이나 화재 등)가 정해지면 아이들은 자기의 의견을 제시하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거나 조율하며 토론결과를 발표하는 방법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발표할 사람, 기록할 사람, 그림그릴 사람, 사회자 등으로 나눠 스스로 역할을 정하고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활발한 활동을 한다.

 이영주 교사는 “교육이 진행 중이어서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만큼 달라졌는지 한눈에 알기는 어렵지만 교실 안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도움 주기와 도움 받기가 이전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음이 느껴진다”며 “교구활동을 함께 하거나 어려운 친구를 돕기, 도움이 필요한 동생들을 돕는 등 생활 속에서 의좋은 형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아이는 ‘도움을 주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감을 통해 마음껏 상상하자 … 생각하는 힘 키우는 교육

서성강 꿈동산유치원 원장 인터뷰

-감성교육과 미디어 활용교육을 강조했다. 어떤 방식으로 하나.

 “오감을 통해 마음껏 상상하고 그 속에서 신나게 놀이 하는 가운데 관심 있는 것을 깊이 있게 탐구 하는 것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눈과 손끝 몸의 움직임에 귀 기울이고, 몸의 움직임으로 생각하며, 보이지 않는 것도 상상하고 형상화 해보며, 보이는 것은 특징을 찾아 단순화 해보고, 단서를 찾아 서로 연관 지어 보며, 규칙을 찾아 활용해 보는 가운데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는 교육이다. 멀티미디어의 교육적 활용은 문자, 그림, 사진, 애니메이션, 음성, 동영상 등을 이용해 보다 생생하게 학습자들이 접할 수 있고, 특히 언어학습 상황에서는 보다 사실적인 언어사용 상황을 묘사해 낼 수 있게 한다. 우리 유치원에서는 주제와 관련된 애니메이션이나 동영상 자료를 연령별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고 시청각실과 필요자료를 따로 구비하고 있다.”

-교사들이 매우 열정적인 것 같다.

“꿈동산유치원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가 바로 교사들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매우 큰 교사들이기 때문에 사소한 수업 준비하나도 소홀하지 않고 유치원의 모든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큰 관심과 사랑을 준다. 교사들한테 고마운 것이 바로 어떤 일이든 모두가 협력해서 일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꿈동산유치원 교사들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교사라고 자부한다.”

-학부모들에게 한 말씀.

“교육은 그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 그러나 부모들은 교육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길 염원한다. 지금 바로 알려주면 그것을 인용하는 것은 물론이요, 응용하기까지 바란다.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부모간의 경쟁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자식자랑을 안 하는 부모는 없을 테지만 부풀려 진 것을 그대로 믿는 자녀는 늘 시달림을 받게 돼 얼굴이 밝지 않다.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우리나라 부모는 자녀들에게 많은 학습을 시킨다. 문제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학습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득 채워주고자 하는 부모의 욕심에 있다. 채워주면 언젠가는 꺼내 쓰겠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특히 인지적인 측면은 같은 연령이라도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각기 다르므로 옆집 아이와 비교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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