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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요원 해킹 수사, 의혹만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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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방부가 31일 국군기무사 요원의 조선대 기모 교수 e-메일 해킹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이미 구속한 광주지역 기무부대 한모(47·계장) 원사 등 3명 외에 서울 송파지역 기무부대 한모(35·7급) 군무원을 구속했다”며 “이번 사건에서 이들의 상급자와 상급부대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본부는 “구속된 요원들은 문제가 된 포털사이트의 e-메일 계정을 비롯한 자료를 삭제해 증거를 인멸했다”며 “구두로 했다면 윗선의 지시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짜맞추기식 수사’로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만 더 키운 수사 발표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 조사본부 권태석(육군 중령) 수사3과장은 “지난 19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뒤 통신자료와 관계서류, 결재 시스템 등을 조사했다”며 “4명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형법상의 직권 남용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조사본부 발표에 따르면 한 원사는 올 5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조선대 기 교수가 군 교육기관이 있는 전남 상무대를 출입하고 있는 것을 파악해 같은 부대 김모(37·7급) 군무원에게 인터넷을 통한 신상 자료 수집을 부탁했다. 이에 따라 김 군무원은 서울 송파 지역 기무부대 한 군무원에게 부탁했고, 한 군무원은 커피점 등에서 세 차례에 걸쳐 기 교수의 e-메일을 해킹해 자료 13건을 다운로드했다. 또 한 군무원으로부터 기 교수의 ID와 비밀번호를 넘겨받은 김 군무원은 같은 부대 동료인 장모(35) 중사와 함께 광주의 한 PC방에서 기 교수 e-메일에 접속해 689건의 자료를 다운로드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본부는 “이번 사건의 시발점은 2009년 3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의 기 교수가 영관급 장교들을 의도적으로 접촉하고 있다’는 첩보였다”며 “이를 알고 있던 한 원사가 지난 5월 공군대학 교수의 군사 기밀 유출사건을 계기로 김 군무원에게 조사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본부는 “한 원사의 이 부탁으로 다른 동료들이 연루됐고, 이 과정에서 범법 행위를 통한 과도한 정보 수집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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