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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가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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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UNESCO) 가입이 확정됐다. 팔레스타인이 처음으로 유엔 산하기구의 정회원 국가가 된 것이다.

 전체 194개 유네스코 회원국 중 173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팔레스타인의 가입 승인 여부를 묻는 표결에서 찬성 107표, 반대 14표, 기권 52표로 통과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유엔 가입에 난항을 겪던 팔레스타인으로서는 힘을 보태게 됐다. 아랍 뿐 아니라 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찬성했고, 남미·아프리카 등도 찬성에 가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캐나다·독일 등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한국·일본·영국 등은 기권했다.

 유네스코는 이날 성명에서 “ 유네스코 회원국이 195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에서는 “팔레스타인이여, 영원하라”며 표결 승리를 축하했다. 팔레스타인 대통령 고문인 사브리 사이담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로 그 어느 때보다 독립에 가까워졌다”고 환호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킬리언 유네스코 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표결 결과는 미국의 유네스코 지원 노력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님로드 바르칸 유네스코 주재 이스라엘대사는 “이번 표결은 비극”이라며 “유네스코는 과학을 다루는 기관이지 공상과학을 다루는 기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표결에 앞서 유네스코의 최대 후원국인 미국의 의원들은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이 통과될 경우 유네스코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탈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은 올해 유네스코 예산 6억6300만 달러의 22%를 지원해 왔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의 이번 시도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자국 내 문화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새로운 분쟁요소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팔레스타인은 지난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원국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력 반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와 별도로 유네스코 가입 신청을 했다. 지난달 5일 유네스코 집행위원회가 팔레스타인의 가입 신청에 대한 표결을 한 결과 찬성 40표, 반대 4표, 기권 14표로 통과돼 전체 회원국 투표가 실시된 것이다. 유네스코는 교육과 과학, 문화의 보급과 교류를 통해 국가 간 협력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다. 회원국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도 자동 가입돼 팔레스타인은 이를 발판 삼아 유엔 가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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