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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현장] 자원봉사자 조은빈양이 본 전주 발효엑스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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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달 20~24일 열린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는 18개국에서 300여 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또 외국인 2만여 명을 포함해 총 50여 만명이 관람했다.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행사장에서 조은빈(오른쪽)양이 션쏭(왼쪽) 회장 및 홍보 도우미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가방 속에 돈 다발이 가득 들어 있었어요. 그렇게 현금을 많이 가진 사람은 처음 봤어요. 하지만 행사장을 둘러보곤 ‘살 게 없다’고 말하며 빈 손으로 나가더라구요.”

 전북외국어고 2학년 조은빈(16)양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온다는데, 우리는 손님 맞을 준비가 너무나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은빈양은 지난달 20~24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서 중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고추장·청국장·된장 등 우리 전통발효식품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엑스포에는 18개국에서 30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은빈양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4년간 중국 하얼빈으로 유학을 다녀 와 원어민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이번 엑스포 때 중국에 4성급 호텔과 레스토랑 등 3000여 개의 회원사를 거느린 랴오닝(遼寧)성 출신 기업인 션쏭(申松) 회장의 통역을 맡았다.

 은빈양은 “ 션 회장의 손가방에는 100위엔(한화 약 2만원)짜리 지폐 다발이 가득했다”며 “행사장을 두 바퀴나 꼼꼼하게 둘러본 뒤 구입한 것은 아들에게 줄 선물이라며 산 3만원짜리 뽀로로 인형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션 회장이 ‘행사장에 홍삼이나 장류 제품이 대부분인데, 다 중국에도 있다.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제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 기업인들의 오만불손한 모습도 꼴불견이었다. 하루 10여 차례 진행한 기업 상담회에서 션 회장의 소박한 모습을 본 한국인들은 무시하는 눈길을 보냈다. 위·아래로 훑어 보는가 하면, 의자에 비스듬히 기댄 채 턱짓으로 “누구냐”고 묻기도 했다. 은빈양은 “ 제 얼굴이 뜨거워졌다”며 “수천개 회원사를 거느린 회장이라는 직함을 듣고서야 사람들이 정중한 태도로 돌변했다”고 말했다.

 은빈양은 호텔 등도 외국인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영어 외 다른 외국어는 가이드가 부족한 것은 물론 관리도 잘 안 되고 있더라는 것이다. 션 회장 일행은 전주시내 최고급 호텔에 투숙했지만, 오후 9시까지 저녁식사도 하지 못한 채 방치되다시피 했다. 호텔에는 영어·일본어 가이드뿐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을 보고도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은빈양은 “국제행사 기간임에도 밤에는 골목길이 어두컴컴하고 을씨년스러웠다. 때문에 야간 관광을 나가려던 외국인들이 호텔로 발길을 되돌렸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고추장·된장·청국장은 물론 치즈·와인·낫또 등 국내·외에서 출품한 3000여 종의 제품을 전시·판매했다. 5일간 50여 만명이 방문했다. 20여 억원의 현장 판매와 470여 억원의 구입 상담 실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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