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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안내고 견디면 반드시 기회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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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준양 포스코 회장(63·오른쪽 둘째)이 27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 행사에 참석해 예비 창업자들의 우수 아이디어 제안자의 제안서를 살펴보고 있다.

“아이고, 벤처가 도박입니까? 허허허.”

 정준양(63) 포스코 회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27일 오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17층에서 열린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 행사장에서다. 벤처창업가인 이상현(38) 펨토펩 대표가 “위험이 큰 벤처사업은 도박과 마찬가지”라고 하자 정 회장이 한 말이다.

 이날 포스코센터에는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 300여 명이 몰렸다. 포스코가 뛰어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창업자금이 없어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당초 포스코가 벤처투자자들과 연결해 주기로 한 예비 창업자는 70여 명이었다. 하지만 소문을 듣고 300여 명이 몰렸다. 정 회장은 “기업들이 사업을 많이 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 못지않게 일반인들의 아이디어를 지원하고 사업화를 돕는 것도 중요하다”며 “앞으로 제도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이들을 만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포스코는 올해 초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발전의 연장선상으로 벤처의 꿈을 품은 청년사업가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6월부터 초기 벤처기업 운영자와 일반인에게서 1500여 건의 아이디어를 응모받았다. 사업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우수 아이디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탄생한 게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 우수 아이디어 제안자와 벤처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장터 같은 프로그램이다. 벤처 전문가들이 참여해 청년창업가들의 자문 역할도 맡는다.

 행사는 스타급 최고경영자(CEO) 강의, 에인절투자자 초청강연, 벤처캐피털 멘토링 프로그램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뉘어 3시간가량 진행됐다. 스타 CEO 강의에는 변대규(51) 휴맥스 사장, 이민화(58) 전 메디슨 대표, 김준희(35) 에바주니쇼핑몰 대표가 참여해 각자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강의를 들은 130여 명의 젊은 창업준비생과 벤처사업가들도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며 강의실을 한껏 달궜다.

 “자금 압박을 어떻게 견디느냐”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변 사장은 “벤처도 사업”이라며 “사업은 견뎌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자를 내지 않고 최대한 견디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조언했다.

 한쪽에서는 킹스베이캐피탈·본 애인절스·LG전자 벤처투자팀 같은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이 아이디어 제안자들과 머리를 맞댔다. 투자자문을 맡은 신명철(36) 킹스베이캐피탈 대표는 “아이폰·SNS에 편향된 사업모델이 많았다”며 “모바일 사업으로 시작하는 건 좋지만 10년 뒤에 ‘J’커브를 그릴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처음에는 더디게 출발하더라도 5년차 이상부터는 회사의 규모나 매출이 상장이 가능할 정도로 급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같은 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서울 국제 빵과자 페스티벌(Siba 2011)’이 열렸다. 이 대회는 올해로 15회를 맞는 국내 유일의 제과·제빵 전시회다. 대회 때마다 ‘김탁구’를 꿈꾸는 젊은이 수만 명이 몰려 취업·창업 정보를 얻어간다.

 150개가 넘는 관련 업체가 참가한 이날 행사는 수천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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