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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덮치는 쇄신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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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태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불거진 한나라당 ‘쇄신 바람’이 청와대로 향할 조짐이다.

 한나라당 남경필 최고위원(4선)과 초·재선 의원들인 이혜훈·구상찬·김세연·홍정욱 의원은 28일 한국·일본 의원 모임 세미나가 열린 도쿄에서 밤새 당 혁신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청와대 개편 ▶인재 영입과 공천 개혁 ▶박근혜 전 대표 역할론 등이 화두였다고 한다. 김세연 의원은 “토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전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및 정태근·김성식 의원 등도 이들과 함께 이번 주부터 쇄신 목소리를 키워나갈 방침이다. 이들은 모두 당내 초·재선 그룹과 친박근혜계가 뭉친 모임 ‘새로운 한나라’ 소속이다. 정태근 의원은 30일 “이번 선거에서 ‘MB심판론’이 강했던 데서 보듯이 가장 중요한 건 청와대 개혁”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뿐 아니라 당내에선 향후 청와대와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당이 청와대를 리드하지 못하면 총선이고 뭐고 없다”(현기환 의원)거나 “당이 MB노믹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권영진 의원)는 주장이 공공연하다.

 이와 관련,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던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30일 “필요하다면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어떤 처분이라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러나는) 시기는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지 참모진이 마음대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며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란 말도 했다.

 아직까진 쇄신 대상으로 ‘청와대’가 지목되고 있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선 타깃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일부 인사들은 이 대통령의 탈당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물밑에서 제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탈당과 함께 차제에 어떤 형식으로든 당을 ‘박근혜 중심 체제’로 전환해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조기등판론’에 대해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라고 한다.

 한나라당 개혁 방안으론 ‘ 물갈이론’까지 나오고 있다. 초선 김용태 의원은 “(지역구)최대 40~50% 정도는 바뀌어야 국민들이 한나라당이 변화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 대한 논란도 쇄신 국면에서 계속될 듯하다. 홍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원희룡 최고위원 외에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30일 트위터에 “내년 농사를 잘 지으려면 객토(客土·다른 곳에서 흙을 옮겨오는 것)를 하든 땅을 바꾸든 해야 할걸세”라는 글을 올려 지도부 교체를 주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홍 대표는 당명 개정을 포함한 대폭적인 쇄신안을 제시하되 퇴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백일현·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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