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 초·중생 운영 ‘북 찬양 사이트’ 37개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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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5월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는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조사하다가 한 중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경찰이 종북(從北)사이트로 파악한 홈페이지 관리자 명단에 이 학생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의 전화를 받은 학생은 “인터넷 검색으로 구한 자료를 ‘불펌(인터넷에서 원작자 동의 없이 자료를 베껴오는 것)’한 것 때문에 문제가 된 거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 학생은 국가보안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찰의 설명을 듣고 즉시 사이트를 폐쇄했다.

 경찰청은 최근 3년간 초·중학생이 운영한 종북 사이트 37개를 폐쇄 조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같은 기간 인터넷상 찬양·선전 활동이 적발돼 문을 닫은 불법 사이트 281개 가운데 13.2%에 달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등의 방문자를 늘리기 위해, 혹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이 같은 자료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부 교사가 종북 표현물을 보라고 권한다는 첩보가 있어 이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은 같은 기간 종북 사이트 운영으로 적발된 165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교사·공무원·군인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접근을 차단한 해외 종북 사이트는 44곳이고, 삭제한 종북 게시물은 15만여 건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차단한 종북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은 219개다.

 경찰은 또 현재 폐쇄된 대표적 종북 인터넷 카페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의 핵심 회원인 ‘철기전사’들이 또 다른 사이트를 개설해 계속 활동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 카페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 대한 충성맹세문 ‘님에게 바치는 시’를 작성하고 국가보안법 철폐 서명을 한 300명에게 철기전사 등급을 부여했다. 특히 카페 회원 정모(44)씨는 지난해 북한의 폭격 피해를 본 연평도에 들어가 최근까지 머물며 “연방제 통일 방안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정당한 통일 방도”라는 내용의 이적 표현물을 배포하다 검거됐다. 정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행동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국가보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와 대한항공 기장 김모(45)씨, 병무청 공무원 강모(38)씨 등에 대한 조사를 조만간 마무리할 계획이다.

 경찰청 임국빈 보안2과장은 “앞으로도 종북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며 “학생들에 대한 안보교육을 강화해 종북이념 확산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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