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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피하려면 빨리빨리 걷는 게 최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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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를 살려 줘서 감사합니다’ ‘나이가 많아도 더 살고 싶지 죽고 싶겠소. 살려 줘 고맙소’….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한영민(46·신경외과 교수·사진) 뇌신경센터장이 종종 받는 편지들이다. 그는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뇌졸중 치료 전문가다. 그는 ‘5분 대기조’다. 가족이 있지만 토요일을 빼곤 집에 가지 않는다. 병원 바로 앞에 방을 얻었다. 병원에서 군번(?)이 높고 당직이 아닌데도 병원 곁을 떠나지 않는다.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의료진의 신속한 초기 대처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갈리죠. 조치가 늦으면 살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습니다. 현실적으로 신경외과 의사는 항상 병원에 있는 게 맞죠.”
뼛속까지 의사인 그에게 환절기에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뇌졸중에 대해 들었다.

-뇌졸중은 어떤 병인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이 망가져 생기는 병이다.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 두 종류가 있다. 혈전(피떡)이 뇌혈관을 막아 혈액 공급량이 줄면 뇌경색이다. 뇌혈관이 터져 뇌에 고이면 뇌출혈이다. 뇌졸중 환자 중 70%는 뇌경색, 나머지가 뇌출혈이다. 뇌졸중 위험은 나이가 들면서 커진다. 55세 이후 5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 노화와 함께 뇌졸중을 부추기는 요인이 있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비만·흡연·음주 등이다. 최근에는 젊은 뇌졸중 환자가 늘고 있다.”

-뇌졸중은 왜 발생하나.
“우선 뇌경색은 혈관에 지방이 쌓여 동맥이 좁아지는 동맥경화증을 들 수 있다. 오래된 수도관에 녹이 스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심장에서 뻗어 나와 목에서 좌우로 갈라져 뇌로 이어지는 경동맥(목동맥)에는 지방과 혈전이 많이 생긴다. 이 때문에 경동맥이 좁아지는 경동맥협착증이 발생한다. 경동맥에 있는 혈전이 혈류를 타고 뇌혈관을 막는다. 경동맥협착증 환자를 수술하면 혈관에서 몇 숟가락 분량의 지방이 나온다. 뇌출혈은 고혈압 관리를 소홀히 해 혈관 압력을 이기지 못한 뇌혈관이 터져 발생한다. 국내 뇌출혈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유다. 뇌동맥류도 중요한 원인이다. 혈관 벽이 약해 뇌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다 터진다. 뇌동맥류는 뇌 속의 시한폭탄이다. 뇌출혈은 뇌혈관 기형과 교통사고 같은 외상으로도 발생한다.”

-뇌졸중의 심각성은.
“뇌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다. 단일 질환으로는 1위다. 뇌에 혈액 공급이 안 되면 뇌가 서서히 죽는다. 특히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은 사망률이 높다. 뇌동맥류 파열과 고혈압성 뇌출혈은 40%에 이른다. 심장마비 사망률을 앞선다. 뇌출혈은 생존하더라도 언어·행동·인지장애를 겪어 삶의 질이 뚝 떨어진다. 뇌출혈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4~5년 내에 25%가 재발한다.”

뇌졸중을 치료하는 뇌혈관 수술은 고난이도다. 조그마한 실수로 수술을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뇌기저부(뇌를 반구 모양으로 생각했을 때 맨 밑바닥) 수술이 그렇다. 한 센터장은 “뇌출혈을 일으키는 뇌동맥류와 뇌혈관 이상은 뇌기저부에도 많이 생긴다”며 “하지만 수술이 어려워 포기하는 병원이 많다”고 말했다.
뇌기저부는 지뢰밭이다. 이곳에는 시신경·후각신경·청신경 등 많은 신경이 지나간다. 뇌기저부는 심장에서 뻗어 나와 목을 타고 머리로 이어지는 혈관들의 관문이기도 하다.
뇌기저부 수술 중 자칫 신경이라도 건드리면 환자는 장애를 입는다. 한 센터장은 뇌기저부에 문제가 있는 환자가 오면 뇌혈관 사진을 놓고 몇 시간을 고민한다. 또 환자의 5년 후를 그려 본다. 약물치료만 하면 재발이 불 보듯 뻔하다. 그는 환자의 뇌혈관 사진을 보며 미로 같은 뇌기저부에 어떻게 접근할지 머릿속에 수십 번 연상한 뒤 수술실에 들어간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그는 레지던트와 임상강사 시절 닭 날개를 사러 정육점을 들락거렸다. 닭 날개에 있는 1㎜ 미만의 혈관을 잘랐다가 다시 잇는 혈관 문합술을 끊임없이 연습했다. 닭 날개 혈관은 인체 미세혈관과 비슷하다. 주머니 사정이 좋을 땐 살아 있는 생쥐로 수술법을 익혔다. 생쥐의 오른쪽 경동맥(목동맥)을 잘라 내 왼쪽에 붙였다.

-뇌졸중은 어떻게 치료하나.
“혈전으로 막힌 뇌혈관은 혈전을 녹이는 용해제를 사용해 뚫는다. 뇌혈관이 심하게 좁아져 있으면 스텐트(금속 그물망)를 넣는다. 비정상적으로 생긴 뇌혈관 기형이 문제면 제거한다. 뇌 바깥쪽의 혈관을 뇌 안쪽에 있는 혈관과 연결하는 뇌혈관우회술도 있다. 뇌출혈을 일으키는 뇌동맥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치료한다. 하나는 이마(두개골)를 열고 클립 같은 고정 핀으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의 밑동을 졸라매는 방식이다. 클립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사타구니의 동맥을 통해 백금 코일을 뇌동맥류 부위에 밀어 넣어 뇌동맥류 안의 혈액을 굳게 한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뇌졸중 위험인자 조절이다. 위험인자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비만>흡연>음주>운동 부족 순이다. 뇌졸중 가족력이 있거나 위험인자가 있으면 40대 이후에는 뇌혈관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뇌졸중 위험이 있는 중년이 예방을 위해 운동을 할 땐 빨리 걷기가 좋다. 과격한 운동은 스트레스를 높여 혈압을 올린다. 특히 뇌로 가야 할 피가 근육으로 몰려 뇌졸중 위험을 부추긴다. 겨울철 운동은 낮에 하고 외출 시에는 실내·외 기온 차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벌의 옷을 겹쳐 입는 게 좋다.”

황운하 기자 un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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