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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유혹’ … 신종 휴대전화 다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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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가 직접 가입시킨 회원이 5명이고, 그 회원들을 통해 22명이 더 가입했어요. 제 밑에 회원이 27명인 셈이죠. 이 사람들이 쓰는 요금에서 2%씩이 저한테 떨어져서 한 달에 6만원 정도가 꼬박꼬박 입금돼요.”

 통신 다단계업체 ‘모티브비즈’의 20대 판매원이 설명하는 판매 방식이다. 자신이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가입자를 유치하면 단말기 판매 대금으로 10만원을 받는다. 이후 자신이 유치한 회원과 그 회원이 유치한 회원들의 이용 요금에서 2%씩을 각각 받게 된다. 수당은 모두 통신사가 지원한다. 유치한 회원이 늘수록 판매원 직급이 올라가고 수당도 높아진다. 전형적인 다단계 판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4분기 새로 다단계판매업 등록을 한 4개 사업자 중 3개 사업자가 통신 다단계업체라고 밝혔다. 이동통신시장이 포화돼 업체 간 가입자 빼내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판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산하 한국직접판매공제조합에 소속된 다단계업체 47곳 중 통신 다단계업체는 12곳에 달한다. 직판공제조합 박병훈 과장은 “최근 3, 4년 사이에 통신 다단계업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통신사 간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다단계판매업자들을 많이 지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티브비즈’의 경우는 KT와 협력 관계에 있는 통신 다단계 회사다. 등록 회원이 15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공정위 특수거래과 고병희 과장은 “등록된 업체는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판매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편법적 경쟁은 없는지를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통신 다단계는 다른 다단계와 달리 거래되는 상품이 대부분 대기업 제품이라는 것이 특이점이다. 선문대 법대 김홍석 교수는 “이동통신 단말기가 대부분 고가의 대기업 제품인 만큼 품질 낮은 제품을 비싸게 파는 다단계 특유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다단계가 활성화될수록 판매원 수당이 늘어나 통신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YMCA 시민중계실 한석현 간사는 “일부 소비자는 다단계 판매라는 것을 모르고 물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물품을 사고 나서 회원 유치 권유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공정위는 아직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업체가 미리 다단계 판매로 가입자를 모집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 제4 이동통신사업자가 되겠다고 신청서를 내놓은 한 업체가 “지금 15만원을 내고 회원 가입을 하면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할 때 스마트폰을 주겠다”고 1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모집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사업권도 따지 않은 상황에서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 모집을 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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