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에 주5일제 수업 시작되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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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내년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 재량에 따라 실시되는 주5일제 수업을 앞둔 학부모들의 고민이다. “별다른 계획이 없다”는 학부모가 상당수지만 반색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지금껏 격주로 진행된 놀토(노는 토요일)만으로는 미흡했던 체험학습·취미활동을 심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현영화씨(가운데)는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결과물을 다양한 형태의 보고서로 만들어두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교과서에 나오는 현장 답사 다니며 선행학습

현영화(38·인천시 부평구)씨는 이참에 아이들과 에듀 투어를 제대로 할 계획이다. 현씨는 큰아들 장재영(인천 마장초 2)군이 여섯 살 때부터 쉬는 날마다 박물관이나 과학관의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찾아다녔다. 장군이 학교에 들어간 뒤부터는 교과서에 나오는 문화 유적지나 박물관 위주로 코스를 바꿨다. 다음 학기에 배울 교과서를 미리 구입해 에듀 투어 장소를 정하고 사전 조사를 한 뒤 쉬는 날마다 돌아보는 식이다.

현씨는 “초등 2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 2단원에 서울 용산구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이 나온다”며 “지난 여름방학에 교과서를 미리 읽어보고 인터넷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찾은 뒤 가족끼리 그곳으로 나들이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다음 계획도 잡아뒀다. 초등 3학년 때부터 역사 과목을 배우게 되는 데 착안해 문화해설사와 함께 강화도 역사 유적지를 답사하기로 했다. 현씨는 “교과서에 나오는 장소를 찾아보는 거라, 답사 계획을 짤 때부터 선행학습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체험학습 전문가 강승임씨는 “에듀 투어의 교육 효과를 높이려면 사전·사후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어를 하기 전에 답사 장소에 대한 정보와 투어 목적을 숙지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현씨는 교과서를 읽으며 답사 현장에서 학습할 내용을 정해 놓는다. 답사를 마친 뒤에는 체험학습 보고서 형태의 기록물을 남겨둔다. 강씨는 “답사를 다녀오면 뭔가를 많이 알게 된 것 같지만 하루만 지나면 막연하게 ‘재미있었다’ ‘좋았다’는 느낌만 남고 공부한 내용은 잊어버린다”며 “답사를 다녀온 직후 목적, 알고 싶었던 것, 현장에서 알게 된 것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해둘 것”을 당부했다.

연단위 장기 프로젝트 준비도

6개월이나 1년 단위의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가정도 있다. 김선규(40·서울 강남구)씨는 내년부터 초5인 아들에게 벼농사 짓는 법을 가르칠 계획이다. 뜻이 맞는 학부모들과 함께 공동 명의로 논도 구매했다. 모내기와 김매기·추수까지 아들과 함께할 계획이다. 김씨는 “요즘 아이들이 벼를 보고 ‘쌀나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도시에서 살면서 자연을 잊어버리면 ‘공부 잘하는 바보’가 되겠구나 싶어 정신이 번쩍 났다”고 말했다. 그는 “꼬박 1년 걸리는 프로젝트지만 우리가 먹는 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 체험해보는 것만으로도 교육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얘기했다.

최지연(44·경기도 군포시)씨는 중2인 딸과 초5인 아들에게 토·일 시간을 활용해 내년 여름방학 때까지 ‘나만의 책’을 한 권씩 만들어 보라고 권했다. 책의 주제와 형식은 자유다. 최씨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막연하다’며 난색을 표하더니 주제를 정한 후 부쩍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은 장래 희망인 ‘외교관’을 주제로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아들은 ‘자동차’를 주제로 정하더니 자동차 관련 체험관을 답사해보겠다며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전했다.

최씨가 자녀들에게 책 만들기를 추천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고 무기력해지는 게 안타까웠다”며 “억지로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 매달릴 수 있게 해주면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책 만들기라고 하지만 방식은 포트폴리오 제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제를 정하고 관련된 콘텐트를 모은 뒤 목차를 나눠 항목별로 정리하는 식이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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