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보험 사기 207명이 32억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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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심모(35·여)씨는 2007년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보험에 가입한 뒤 머리 등이 아파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미면 보험금을 타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심씨는 최근까지 보험사 네 곳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5억30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거액의 보험 사기극을 벌인 의사, 보험설계사, 가짜 환자 등 207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5일 가짜 환자를 대거 동원해 입원 기록을 조작한 뒤 보험금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3억여원을 받은 혐의(사기 등)로 경기도 하남시 A의원 원장 박모(42)씨를 구속했다. 보험설계사 김모(43·여)씨 등 2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정형외과 원장 김모(57)씨 등 의사 8명과 병원 관계자 10명, 보험설계사 5명, 가짜 환자 행세로 부당하게 보험금을 타낸 심씨 등 18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보험설계사는 2007년부터 지난달까지 보험 모집수당을 받기 위해 가족과 지인들을 보험에 들게 한 뒤 여러 병원에 입원시키고 자신들도 가짜 환자로 등재해 25개 보험사에서 27억2000만원을 타낸 혐의다.

가짜 환자들은 보통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목욕탕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는 등의 사유로 길게는 100일까지 장기 입원한 것으로 꾸몄다.

 의사들은 보험설계사들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아 허위 입원 기록을 만든 뒤 건강보험공단에서 4억8000여만원의 요양급여를 타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허위 청구로 건강보험기금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수백억원으로 추산된다”며 “국민 전체에게 피해를 주는 범죄”라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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