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해태, 목표는 드림3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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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가 ‘드림리그 3위’라는 원대한(?) 목표를 잡고 심기일전하고 있다. 최근 9승3패의 초고속 상승세 행진을 계속중인 호랑이 군단은 시즌을 44% 소화한 13일 현재 삼성과의 5경기차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5월 중순만 하더라도 올 시즌 해태의 드림리그 최하위는 야구인들 사이에서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코끼리 김응용 감독마저 “목표가 없는 팀을 이끌고 무슨 경기를 하냐”고 푸념하던 것이 불과 1달도 지나지 않았던 일. 하지만 그사이 해태의 변화는 실로 엄청나다.

주원인은 타선의 응집력. 야구의 4요소인 ‘투타수주’에서 모두 열세전력 이었지만 방망이를 짧게 잡고 투수를 노려보며 정신무장으로 상대를 공략, 경기를 뒤집는 뒷심을 발휘했다. 그사이 삼성은 1승7패라는 극명한 대비를 보이며 해태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13일 광주경기는 좋은 예. 지난달 18일 송진우에게 치욕의 노히트노런을 당했던 해태는 1회부터 장성호가 홈런을 두들기며 송의 볼에 대한 자신감을 팀원들에게 심었고, 1-4로 쫓긴 4회에도 3안타를 두들기며 3득점 4-4동점을 만든 후 6회 송을 강판 시키더니 기어코 8회 역전에 성공, 3경기 연속 역전승의 쾌감을 맛봤다.

해태의 선수구조는 다른 팀과 구별되는 뚜렷한 약점이 있다. 고참과 신인급 사이의 중간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는 점. 따라서 이호성-홍현우-최해식 등 고참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솔선수범과 함께 일사분란한 특유의 팀 분위기를 유지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셈.

매년 날씨가 더워지면서 특유의 강한 모습을 보여온 호랑이군단의 저력은 올해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13일 현재 종합순위에서 8개팀 중 5위를 마크 중이며, 매직리그에 편성되었다면 3위 한화에 5게임차로 앞서며 롯데와 1게임차로 박빙의 2위 다툼을 벌이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볼 참이다. 하지만 조편성 때문에 1년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해태는 새 용병 ‘미첼’을 투입한데 이어 15일부턴 외야수‘지저스 라페엘 타바레스’를 추가로 투입하며 타오르는 상승세의 불길에 솜뭉치를 던진다. 시즌 개막이후 최상의 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야구의 명가 해태. ‘죽음의 조’로 불리는 드림리그에 속했지만 작년에 이어 꼴찌를 되풀이할 수는 없는 일. 삼성을 상대로 치열한 ‘꼴찌탈출 작전’을 감행할 참이다.

가을이면 드림팀을 이끌고 시드니행을 비행기에 오르는 김응용 감독은 요즘 들어 얼굴표정이 밝다. 간만에 이전 해태의 모습을 되찾은 선수단의 활력 때문. 그의 입가에 베어 있는 미소 속엔 새로운 복안이 숨어있어 보인다. 그가 내뱉은 뼈있는 한마디가 함축성있게 다가온다. “야구는 해보기전엔 모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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