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의 극단 '마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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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죠."

극단 마산의 이상용 대표(49)는 자신만만하다. 지역극단이라고 얕잡아 보면 곤란하다고 말문을 연다. 웬만한 서울극단보다 연극의 국제화에 공로가 크다고 자부한다.

일단 1989년 민간극단으로는 전국 처음으로 시작한 마산 국제연극제가 올해 12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말 시작해 다음달 2일 끝나는 올 연극제도 국내외 12개팀이 참여해 '내 고향 남쪽 바다' (이은상 작사 '가고파'의 고향) 마산 일대를 연극으로 수놓고 있다. 연극 외에도 무용·음악·전통공연 등 여러 장르가 한데 어우러지는 종합문화축제다.

또 마산 단원들은 8월말 일본으로 건너간다. 92년부터 시작한 일본 공연을 올해라고 건너뛸 수 없는 것. 이번엔 일본 중부 이와테(岩手)현에서 열리는 전일본연극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춘향전'을 무대용 마당놀이로 각색해 일본 관객에게 우리 고유의 흥겨운 몸짓·가락을 선보인다.

뿐만 아니다. 극단 마산은 가을에 전국 소극장 축제를 개최한다. 전국 지역극단을 불러 소극장 연극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국제연극제와 마찬가지로 올해로 12주년을 맞는다.

규모 있는 국제·국내 연극제를 한 극단이 동시에 주최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 여기에 자체 공연 2~3회를 더하면 1년이 후딱 지나간다.

어디서 이런 힘이 생겼을까. 이 대표의 답은 간단명료하다. "단원 40여명이 연극에 대한 정열 하나로 뭉친 결과지요. 서울이 부럽지 않아요. 서울에서도 이름만 있는 극단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 대표는 극단 마산이 날로 발전하는 조직이라고 단언한다. 84년 경남대 연극반 후배들을 주축으로 극단을 만든 이후 조금씩 성장해 왔다고 즐거워한다.

"가장 미안한 사람은 아냅니다. 몇 번이나 쫓겨날 뻔 했어요. 저를 믿고 따라 준 후배들도 대단하고요. "

레퍼토리 선정도 자유롭다. 90회에 이르는 공연 연보엔 창작극·번역극이 고루 실려있다. 가급적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형식의 연극을 보여주자는 취지. 다만 영문학 박사학위를 딴 '학구파' 대표의 뜻에 따라 흥행성보다 문학성 짙은 작품을 주로 공연했다.

뱃사람의 애환을 그린 '삼각파도', 이승만 독재정권을 비판한 '아! 3.15 그날' 등 이대표가 직접 쓴 작품도 두 개 포함됐다.

그는 지금 또 큰일을 벌이고 있다. 11월께 지방극단 최초의 본격 뮤지컬을 올릴 계획이다. 작품명은 '논개'로 4억원을 들여 배우·스태프 등 서울의 전문인력도 다수 끌어들일 생각이다.

현재 대본을 완성하고 작곡을 의뢰한 상태다.

"마치 도박하는 심정입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서울 뮤지컬을 떡 받아먹듯 구경할 순 없잖아요. 지방도 이렇게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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