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페이서스, 레이커스 격침

중앙일보

입력

"죽은 후엔 충분히 쉴 수 있다. "

원정에서 2패를 당하고 홈인 인디애나폴리스 콘세코필드하우스로 돌아온 인디애나 페이서스 선수들은 전장으로 향하는 병사처럼 비장한 모습이었다.

3차전 48분 중 46분을 뛰며 33득점을 올린 페이서스 주포 레지 밀러의 말처럼 사생결단의 각오였다.

페이서스는 12일(한국시간) LA 레이커스와의 미프로농구(NBA) 결승시리즈 3차전에서 1백 - 91로 승리, 2패 후 1승을 거둬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페이서스는 정규 시즌 중 36승5패를 거둔 홈구장에서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배경삼아 레이커스를 격침시켰다.

페이서스 포워드 데일 데이비스는 2m16㎝의 장신 섀킬 오닐을 상대로 팁오프볼을 따내 능력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페이서스는 엎치락뒤치락하던 1쿼터 4분쯤 센터 릭 스미츠가 오닐을 앞에 두고 점프슛을 성공시킨데 이어 밀러의 3점슛이 터지면서 17 - 10으로 기세를 잡았다.

페이서스는 제일런 로즈(21득점).오스틴 크로저(12점).트레비스 베스트(14점)가 득점에 가세해 3쿼터 끝날 무렵 79 - 61, 무려 점수차를 18점으로 늘렸고 한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레이커스는 종료 15초전 91 - 94로 추격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레이커스의 기둥 오닐은 밀러와 똑같이 33득점했으나 자유투 13개 중 3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아직 여유가 있다. 이번 시리즈 중 언젠가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돌아올 것이고 '안방불패' 페이서스의 홈경기는 이제 두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인디애나폴리스는 이날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페이서스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승리 축하행렬로 거리가 초만원을 이뤘다.

이곳에서 치러진 첫 NBA 결승경기며 레이커스의 홈인 LA에서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경기장을 찾아 레이커스를 응원한데 자극받은 때문이기도 했다.

이날 한 암표상은 지역 TV와의 인터뷰에서 특석 암표를 1만달러(약 1천1백만원)에 팔았다고 증언했다. 거리의 벽은 페이서스의 상징인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도배됐으며 운하의 물은 파랗게 염색됐다.

행선지를 안내하는 버스 전자게시판과 고층빌딩 유리창닦이의 받침목에는 페이서스 응원 격문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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