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돈벌기] 신당동 4층 건물 낙찰받은 이형권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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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나온 부동산에 '유치권' 이 설정돼 있으면 대부분 응찰을 꺼리게 마련이다.

선순위 세입자의 전세금처럼 유치권 설정 금액을 낙찰자가 모두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유치권은 주택.건물을 짓거나 수리해주고 공사비를 받지 못한 시공업체가 그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해당 물건을 점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채무자의 변제를 강제하는 권리다.

근저당처럼 등기부등본에 등록할 필요는 없고 계약서와 결제 관련 증빙서류만 있어도 성립되며 해당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물건 명세서에 유치권 설정 여부가 기록된다.

민법상 유치권은 낙찰 대금에서 배당받을 수 없게 돼 있지만 채무자나 낙찰자에게 돈을 받을 때까지 해당 물건을 내주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돼 있어 결국 낙찰자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이유로 유치권이 설정된 물건은 경매 시장에서 찬밥이기 일쑤지만 그런 물건일수록 철저한 권리분석을 통해 꼼꼼히 들여다보면 의외의 수익을 남길 수도 있다.

서울 방배동에 사는 이형권(51)씨는 여윳돈으로 투자할 만한 경매 물건을 찾던 중 서울 신당동에 있는 대지 40평에 건평 1백40평 규모의 4층짜리 상가주택에 관심을 갖게 됐다.

꼭대기 층에 사는 소유자가 은행에서 빌린 4억원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진 물건이었다.

감정가가 5억원이었으나 두번 유찰돼 최저가가 3억2천만원으로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은행의 근저당이 설정된 때가 1998년 10월로 가장 앞서기 때문에 다른 세입자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물건명세서를 확인해보니 1층 식당에 인테리어 공사비용으로 7천만원의 유치권이 설정돼 있었다.

물건을 놓치기가 아쉬웠던 李씨는 좀더 자세히 권리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세입자와 건물 주변 사람들을 만나보는 과정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1층 식당을 운영하는 세입자가 건물 소유자의 며느리였고 유치권을 설정한 'A인테리어' 는 며느리의 남편이 운영하는 업체였다.

또 7천만원이라는 인테리어 비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것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이런 경우 법원에서도 7천만원에 대한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李씨는 그 며느리와 남편을 만나 이 점을 강조하면서 합의를 시도했다.

결국 유치권에 대해 2천만원을 인정해주고 이사비용 명목으로 1천만원을 보상해 주는 선에서 낙찰 즉시 식당을 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3차 경매에 응찰한 李씨는 최저가보다 1천만원 높은 3억3천만원을 써내 낙찰했다.

세금.등기비용으로 쓴 2천5백만원과 3층 세입자의 이사비용 4백만원, 1층 식당의 유치권 보상액과 이사비용 3천만원 등 모두 5천9백만원이 더 들었다.

결국 李씨는 낙찰금과 추가 비용 등 총 3억8천9백만원을 들여 시세가 최소 5억원이 넘는 상가주택을 구입해 1억1천만원 이상의 차익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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