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대법관의 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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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최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11월 퇴임하는 2명의 대법관 후임으로 대법관 제청 대상 후보자 7명을 선정,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이번 절차가 과거와 다른 점은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법률상 근거가 없던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를 폐지하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라는 법정기구를 구성한 점이다. 즉 대법관후보추천위는 추천받은 후보자들을 심사해 대법관 제청권자인 대법원장에게 직접 후보들을 추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법은 대법원장이 추천위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해 어느 정도 구속력을 부여한 것이다.

 국가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법부의 최고기관인 대법원의 구성원인 대법관을 선출하는 절차가 강화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추천위는 선임대법관을 비롯해 법무부 장관, 대한변협과 학계의 대표 등 당연직 6명과 법조인 1명을 포함한 법조 관련 직역의 자들과 3명의 법조 외부 인사 등 비당연직으로 구성됐다. 이러한 추천위의 구성은 추천할 후보자 심사에 있어서 전문성의 고려와 함께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원의 구성이 법조계에 편중되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 이런 위원 구성이 후보자의 전문성을 심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향후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법관 후보자의 검증은 추천위의 심사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추천위에서 심사해 추천한 후보자들에 대해 대법원은 다시 한번 검증절차를 밟을 것이다. 이후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을 하면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과정에서 대법관 후보자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다시 한번 검증을 받게 된다. 이렇게 대법관 임명절차는 여러 차례 검증을 거치도록 되어 있어서 적격 여부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관의 임명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실정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헌법과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법관으로서의 적임자를 가려낼 수 있는지 여부다.

 대법관은 사법부 최고기관의 구성원이란 점에서 그 중요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헌법은 대법관이라 하여 그 자격을 특별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대법관 역시 법관인 이상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을 좇아 판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법관은 정치적 중립 의무와 함께 사법부의 독립성을 굳건하게 지켜야 할 사명도 갖고 있다. 더구나 사법부 최고기관의 구성원인 만큼 대법관은 헌법이 요구하는 법치의 이념을 실현해야 한다. 그리고 대법관은 법적 능력과 경험 이외에도 도덕적이어야 한다. 그 외에도 대법관은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그 시대정신을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법원 구성에 있어서 여성 대법관의 수를 늘리고 전문영역의 법조인을 영입하는 등 다양화는 계속 추진돼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의 법률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변화는 사법부에도 필요하다. 대법원은 사회가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시대정신을 좇아가지 못하고 있는 사법부에 대해 개혁을 요구했다. 사법개혁은 지나간 유물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 중인 우리의 과제이며 사법부의 숙제다. 시대정신은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사법부를 요구하고 있다. 대법관의 임명절차에서 자질검증의 엄중성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