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대회 성추행, 돈으로 경찰 입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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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구에서 개최된 국제 미인대회에서 주최 측 인사가 외국 여성 참가자를 성추행하고, 대회 조직위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돈을 주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BBC와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언론은 지난 15일 끝난 ‘미스 아시아퍼시픽 월드’ 대회에 웨일스 대표 자격으로 참가한 에이미 윌러튼(19·사진)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윌러튼은 “대회 도중 주최 측 인사가 상의를 벗기려 했고, 다른 사람은 후원자들과 사진 촬영 과정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참가자가 불려나가 ‘입상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같은 말을 들었는데, 참가자들은 이를 성(性)적인 요구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경찰을 부르자 주최 측 고위인사 한 명이 지갑을 꺼내 들었다”고 덧붙였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북부경찰서 김모(50) 경사 등 2명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경사 등은 13일 오전 2시30분쯤 호텔 외국인 투숙객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캐나다 참가자 등 2명은 “대회 관계자가 어깨·허리를 만지는 등 추행했다”고 신고했다. 김 경사는 “‘ 고소장을 작성해야 한다’며 경찰서에 가자고 했으나 피해자들이 ‘귀국 후 변호사와 상의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위 관계자가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아 명함을 받았을 뿐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조직위 측 관계자는 “성추행 주장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진촬영 때 허리에 손을 얹거나 자세를 잡아준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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