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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그리스 구제금융 받아도 국가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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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있는 의사당 주변에서 정부의 긴축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긴축 법안은 20일 의회에 상정됐다. 사진은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을 진압경찰이 피하고 있는 모습. [아테네 AP=연합뉴스]

그리스 정부의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리스의 긴축법안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법안은 유로존의 구제금융을 얻어내기 위해 복지 분야 등에서의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0일 “전날 이 법안의 의회 상정 여부를 묻는 투표 결과 전체 300석 중 찬성 154표, 반대 141표로 통과됐다”며 “이에 20일 이 법안이 최종 투표를 위해 의회에 상정됐다”고 전했다. 또 “긴축법안에 반대하는 그리스의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으며 교통 등 국가 기간망은 거의 마비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의회는 긴축법안을 둘러싼 찬반 대립으로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의회에서 과반 이상인 154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인 사회당 내 일부 의원이 법안 반대 또는 의원직 사퇴를 표명하기도 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의회에서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제1야당인 신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재와 만났지만 양측은 별다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리스의 긴축법안은 향후 5년간 143억2000만 유로(약 22조4000억원)의 정부지출을 줄이고 증세를 통해 140억9000만 유로를 확보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시위대는 표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시내 곳곳에서 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의 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 등 노동단체들은 이미 긴축법안의 표결 절차가 진행되는 이틀 동안 총파업을 했다. 이에 일반 노동자들은 물론 공무원들과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이들도 시위에 적극 가담했다. 노동자와 시민 등 수십만 명은 아테네 중심가 곳곳에서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했다.

 한편 일부 외신은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지원받더라도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세계 각국의 주요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그리스의 미래에 대한 여론 조사를 인용해 “응답자의 4분의 3이 내년 1분기 안에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default)을 맞을 것으로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도 “현재로선 그리스의 디폴트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망했다.

 그리스 사태를 포함한 유로존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국가 간의 협상도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19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났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익재 기자

그리스 긴축법안 주요 내용

- 5년간 정부 지출 143억2000만 유로(약 22조원) 감축, 세금 인상으로 140억9000만 유로 확보

- 공무원 3만 명 감축, 기본급 20% 삭감, 상여금 폐지, 퇴직금 20~30% 삭감

- 연금 소득 중 월 1000유로 초과분의 20% 삭감

- 소득세 면제 기준, 연 8000유로에서 5000유로로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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