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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소그룹 계열분리 표류 이유]

중앙일보

입력

현대자동차 소그룹 계열분리가 뜻밖의 암초를 만나 표류하고 있다.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6.8%의 성격을 둘러싼 해석상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인가 = 문제의 핵심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이 순수한 개인자격으로서의 투자성격인지, 아니면 현대의 실질적 지배자로서의 지분참여인지로 집약된다.

정 전명예회장은 경영퇴진 선언으로 일단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공정거래법상 현대 계열주로 등재된 신분도 곧 현대건설로 변경될 예정이고, 지주회사격인 현대건설의 대주주로서 `현대건설=정주영' 등식의 동일인 개념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형식 논리로는 정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6.8%는 순수한 개인 투자성격으로 계열분리와는 무관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 전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배자로서 해석될 여지가 높다는 데 있다. 공정위의 시각도 여기에 무게가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통념상 정 전 명예회장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 그를 현대 계열주로 등재될 현대건설과 동일인 신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6.8%와 현대건설의 자동차 지분 2.8%는 결국 동일한 성격의 지분으로 계열분리 요건(3% 미만)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즉 정 전 명예회장과 현대건설의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추지 않으면 계열분리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논리다.

물론 공정위측은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와 사전접촉을 가진 현대 관계자들은 이 문제로 계열 분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명예회장 지분정리할까 = 결국 공정위의 시각이 달라지지 않으면 정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정리 문제가 자동차소그룹 계열분리의 걸림돌로 부상할 공산이 커진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열쇠를 쥔 정 전 명예회장이 직접 `결단'을 내려야할 상황이지만, 자동차에 대한 각별한 애착속에서 매입한 지분을 돌연 포기할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조직정서로 볼 때 누구도 선뜻 정 전 명예회장에게 지분정리를 하라고 건의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조속히 자동차 소그룹 독립을 희망하는 자동차쪽이나 그룹 구조조정위원회측은 못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실정이다.

◇ 정부의 의중은 = 이처럼 현대차 소그룹 분리가 난항을 겪게 되자 정부의 의도를 둘러싼 추측들이 현대 주변에서 무성하다. 계열분리를 독려해야할 정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듯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정 전명예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을 실증 보장받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정리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현대'와 `정주영'을 확실히 분리함으로써 `실질퇴진'을 약속받겠다는 복안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정부측이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이 갖는 `실체적 진실'에 적잖은 의구심을 품고있는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명의'야 어찌됐든 과연 이 지분이 `누구를 위한 지분'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이동이 정몽헌 회장의 그룹경영구도와 맞물려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동반퇴진 선언이후 경영권을 고수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에 대한 무언의 압력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 다른 문제는 없나 =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정리 문제외에 현대차가 고려산업개발에 갖고있는 지분 22.7%의 정리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대차의 구상대로라면 유관 계열사인 현대건설이 이 지분을 사들여야 하지만 정작 현대건설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다.

자금여력도 문제려니와 급작스럽게 여유자금을 활용해 지분을 매입한다면 유동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거래상 가격을 맞추는 문제도 쉽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현대유니콘스 등 비상장사 주식도 아직까지 처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당초 금주내로 공언했던 자동차 소그룹 계열분리 신청은 상당히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차가 일단 계열분리를 신청한 연후에 심사단계에서 설득하는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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