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포럼 월례 토론회 <59> ‘복지사회로의 길, 어떻게 갈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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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국선진화포럼이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복지사회로의 길, 어떻게 갈 것인가’를 주제로 월례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토론에 나선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강정현 기자]

복지 논쟁이 뜨겁다. 무상 급식으로 촉발된 논쟁은 무상 보육, 무상 의료 등 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나아가 보수와 진보의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59차 월례토론회에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복지사회로의 길, 어떻게 갈 것인가’를 주제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격론을 벌였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무상복지 프로그램을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공짜를 내세운 정치 상품은 국가 장래에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합리성이나 효율성보다 정치 시장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민들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공짜 정치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돈을 주고 컴퓨터를 사는 것 같은 경제적 행위의 결과는 개인이 지게 되지만 잘못된 정치 상품을 선택한 결과는 전 국민 5000만 명이 나눠지기 때문에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복지는 효율성의 측면이 아니라 공정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포퓰리즘이 왜 나쁜가”라고 반문하며 “포퓰리즘이 나오는 것은 국민이 원하니까 나오는 것인데, 포퓰리즘을 비판하는 건 ‘국민이 원하는 것’보다 ‘시장이 원하는 정책’을 내라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현 교수의 분석에 대해서도 “국민을 우매하게 여기는 중우(衆愚)정치, 혹은 반민주적 시각”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한 견해도 평행선을 달렸다. 현 교수는 복지 정책은 한번 시작하면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건전성 악화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재정건전성 문제를 불러온 것은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공공사업이지 무상 복지 확대가 아니라고 맞섰다.

 반값 등록금도 논쟁 거리였다. 현 교수는 “반값 등록금이 시행되면 대학 진학률이 더 높아져 대졸 실업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가 부도 위기에 놓인 그리스의 예를 들며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국민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대책이 없다”고 덧붙였다. 임 교수는 “교육을 노동 시장의 수요 공급에 맞춰서는 안 된다” 며 “국가는 가능한 한 많은 고등 교육을 받은 인적 자원을 키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안정범 한국선진화포럼 기획위원(성균관대 교수)은 “이제는 복지와 관련된 이념의 대립을 끝내고, 복지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살펴야 할 때”라는 말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재정건전성=국가 살림의 안정성. 세금 등 거둬들이는 돈보다 지출하는 비용이 많아 적자가 쌓이면 나라의 경제 운용이 어려워진다. 최근 그리스의 경우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정부가 공무원들을 해고하자 이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이는 등 국가 전체가 혼란에 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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