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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 원작〈주문이 많은 요리점〉

중앙일보

입력

산 속 깊이 사냥하러 온 두 사람의 사냥꾼이 동물들을 쫓다가 길을 잃고 헤맨다. 이들 앞에 나타난 집 한채. '야마네코켄'(산고양이 산장)이 이들을 맞이한다. 두 사냥꾼은 자신도 모르게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고 문을 열 때마다 기묘한 일들에 말려든다. 결국 자신들이 요리되어질 것이라는 걸 눈치챈 두 사람은 이곳에서 도망치려 하지만...

미야자와 켄지의 명작동화를 오카모토 타다나리(1932년 오오사카 출생. 오오사카 예술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잠시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가 일본대 영화학과에 재입학, 졸업 후 미국에서 수주한 인형극을 만들다 '프로덕션 에코'를 설립하여 사회풍자만화를 작품을 통해 피력하며 국내외의 많은 영화제에서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가 커트아웃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작하던 중에 오카모토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카와모토 키하치로'가 미완성의 유작을 감수라는 형식으로 작품을 완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죽음 직면하면서도 애니메이션을 위한 심혈을 기울였던 오카모토 타다나리의 예술혼을 느끼게 하는 작품.

이 작품은 두 남자가 번쩍거리는 총을 메고 백곰 같은 개를 두 마리 데리고 아주 깊은 산속에서 사냥 감을 쫓다가 길을 잃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안내해 온 전문 사수가 갈팡질팡하다 어디론가 가 버렸을 정도로 깊은 산속이었다. 게다가 산이 너무 무서워서 그 백곰 같은 개가 두 마리 모두 현기증을 일으켜 잠시 으르렁대다가 거품을 물고 죽어버렸다. 바람이 거칠게 불어오고 풀과 나뭇잎이 거세게 흔들리고 바삭거렸다.

숲속을 헤매다가 훌륭한 서양식 집을 발견하였다. 그곳 현관에는 'RESTAURANT 서양 요리점 WILDCAT HOUSE 산고양이 집' 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다. 두 사람은 현관에 섰다. 현관은 하얀 도자기 기와로 만들어져 정말 멋지다. 그리고 유리로 된 여닫이 문이 있고 거기에 금색 글자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누구든 부디 들어오십시오. 결코 사양하실 필요 없습니다."

두 사람은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는 바로 복도로 되어 있다. 그 유리 문 뒤쪽에도 금색 글자로 이렇게 쓰여있다.
"특히 뚱뚱한 분이나 젊은 분은 대환영입니다."

두 사람은 기뻐서 성큼성큼 복도를 따라갔다. 이번에는 물색 페인트 칠을 한 문이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그 문을 열려고 하자, 위에 노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업소는 주문이 많은 음식점이므로 부디 지시사항에 따라주십시오."

두 사람이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문이 또 하나 있었다. 그 옆에 거울이 걸려 있고 그 아래에는 긴 자루가 달린 브러시가 놓여 있었다. 그 문에는 빨간 글씨로 "손님께서는 여기서 머리를 빗고 구두의 먼지를 털어주십시오." 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깨끗이 머리를 빗고 신발의 흙을 털었다. 그러자 어떻게 된 일인지 브러시를 탁자 위에 놓자마자 뿌옇게 흐려지며 사라지고 바람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서로 바짝 달라붙어 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빨리 뭔가 따뜻한 것이라도 먹고 기운을 북돋워 두지 않으면, 이제 터무니없는 일을 당하고 말 거라고 두 사람 모두 생각한 것이었다.

문 안쪽에 또 이상한 것이 쓰여 있었습니다. "총과 탄알을 여기에 놓아 두십시오."

두 사람은 총을 놓고 혁대를 풀어 탁자 위에 놓았다. 또 검은 문이 있었다. 문 안쪽에는 "금속품은 모두 여기에 놓아 두십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두 사람은 안경을 벗고 커프스 버튼을 풀고 하여 모두 금고 안에 넣었다. 그리고 다음 문에 도착하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부디 모자와 외투와 구두를 벗어 주십시오."
두 사람은 모자와 오버코트를 못에 걸고, 신을 벗고 철떡철떡 걸어서 문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또 문이 있었고 그 앞에 유리 항아리가 하나 있었다. 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항아리 안의 크림을 얼굴과 손발에 모두 발라 주십시오."

두 사람은 의아해 하며 항아리의 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손에 발랐다. 그러다가 서랍을 열어보니 글씨가 쓰여진 종이가 있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주문이 많아 죄송합니다. 목욕을 했으니 이제 다 됐습니다. 양념을 몸에 발라 주십시오."

놀라서 황급히 뛰어가보니 이상한 분위기의 방에 와인 잔이 놓여있었다.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고 있을 때, 세 명의 여자들이 나타나 이상한 춤을 추는 것이었다. 춤이 다 끝난 후 그 여자들은 갑자기 고양이로 변해서 두 남자들을 향해 공격을 했다. 겨우 위기를 모면한 두 남자들은 지나가는 차를 타고 사라졌다.

과슈를 셀의 양면에서 칠하여 완성한 셀 애니메이션으로 작품 전체가 멀티플레인 카메라로 촬영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작품 전체를 통해 깊은 공간 감과 현장감을 구현하고 있다. 또, 갈색 조의 중후하고 음침한 화면이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과슈, Gouache = 수채물감보다 입자가 곱지 않은 안료에 불투명성을 주기 위해 첨가되는 아라비아 고무와 흰 안료를 혼합 시킨 불투명 수채 물감으로, 수채보다 광도가 덜 하며 힘들이지 않고 변화와 기교를 줄 수 있고 깨끗하고 평면적인 색의 잡지 일러스트레이션에 광 범위하게 쓰인다. 수채화용의 모든 종이로 특히 어두운 톤의 종이나 거친 카드 보드지, 갈색 포장지등을 쓰면 아주 효과적이다. 과슈의 주된 특징은 불투명성이다. 일률적이고 두껍게 칠해진 색면이 과슈 회화를 가장 분명하게 하는데 일정한 농도와 일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또, 풀을 과슈에 섞으면 더 두꺼운 층을 만들 수 있고 여기에 빗질 또는 날카로운 것으로 긁으면 질감을 얻을 수 있다)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애니메이션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자연파괴를 계속하고 있는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과 자연의 필연성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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