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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Occupy 서울’, 이념·불법시위 변질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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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뉴욕에서 지난달 시작된 ‘점령(Occupy) 시위’가 급기야 한국으로도 번질 기세다. 오늘 서울 여의도에서 금융소비자협회·투기자본감시센터 등 4개 단체가 ‘여의도를 점령하라’ 집회를 연다. 서울광장 일대에선 30여 개 시민단체가 만든 ‘99% 공동행동준비회의’가 주도하는 ‘Occupy 서울’ 집회가 열린다. 월가(街) 점령 시위가 국제적 운동으로 번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연대’를 내세운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Occupy 서울’ 집회의 경우 이념을 띤 불법시위로 변질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참가단체부터가 한·미 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진보연대 등 좌파 성향 일색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도 한·미 FTA 반대, 비정규직 철폐, 4대 강 사업 반대, 미디어렙 법안 통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 다분히 이념적이다. 금융자본의 탐욕과 빈부격차 확대 문제를 지적하는 월가 점령 시위와는 내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시위 진행 양상도 다르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시작된 월가 시위와는 달리 서울 점령 시위는 이념 단체가 기획한 조직적 시위다. 시위의 순수성부터가 의심스럽다. 평소 반미(反美)를 외치다가 미국산 점령 시위를 수입해 변질된 모방 시위를 벌인다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경찰은 ‘Occupy 서울’ 집회 불가를 통보한 상태다. 그러나 참가단체엔 전국을 돌며 불법시위를 주도해 온 전문 시위꾼들이 많다. 경찰과의 충돌을 무릅쓰고 불법시위가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를 좌시해선 안 된다. 불법시위엔 단호히 대처한다는 공권력 원칙을 실천해야 한다. 뉴욕발 점령 시위가 한국에서 제2의 광우병 촛불사태로 변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