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저, 땅 주인 손해 본 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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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의 주소판.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의 주소판. [연합뉴스]

청와대의 의뢰를 받아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을 계약한 T부동산의 이모 대표는 13일 “매매 과정에서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땅 주인이 매물로 내놓은 지 한참 됐다.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지역으로 시세대로 샀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장남 이시형씨 명의로 사들인 부지가 헐값이었다는 의혹에 대해선 “평당 2000만원은 호가(呼價)이며 시세는 1000만~1500만원에서 형성됐다. 계약이 복잡해 일괄적인 기준으로 얘기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또 “지난해 연말 ‘인터넷에서 봤다. 20억~30억원에 2500평 정도 땅을 찾고 있다. 개인과 법인 공동명의로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며 “처음엔 청와대인 줄 몰랐다. 나중에 계약을 할 때 계약자명에 ‘경호처’라고 써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 얘기는 다르다. 한 주민은 “이곳은 평당 2000만원짜리도 찾기 힘들다. 지인이 마을 아래 160평짜리 집을 사려고 했는데 주인이 34억원을 불렀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내곡동 매매계약이 상식적이지 않은 점이 있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관계자는 “계약서를 보면 땅 주인이 손해를 보는 면이 있다”며 “매매계약서에 ‘매도자가 밭을 도로 및 대지로 지목을 변경한다’는 특약사항(조건)이 있는데, 보통 땅 주인이 지목 변경을 다 한 뒤 값을 올려 파는 게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의 경우 주변 시세보다 값을 더 쳐주는 게 맞다”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체 대표도 “나도 그 점은 좀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세를 이어갔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내곡동 사저 논란 등 대통령과 친인척에 대한 비리가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다음 주 중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윤 의원은 “대통령 아들이 아니면 어떻게 헐값에 살 수 있었겠느냐. 하필이면 많은 사람이 땅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내곡동에 사저를 짓기로 했느냐”라며 “왜 갑자기 지목이 변경됐는지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명쾌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이시형씨 소유 건물이 지은 지 20년이 넘은 건물이어서 매매할 때 0원으로 처리한 것’이란 청와대 해명에 대해 “폐허 같다는 한정식집의 전경이 지금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떠 있다”며 “이처럼 호화로운 건물이 한 푼 값어치도 없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철재·강기헌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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