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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상품 길라잡이] 신흥국 채권형 펀드, 분할매수 방식으로 접근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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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오인석
KB국민은행 WM사업부 팀장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3% 상승했다. 반면 3년 국고채 금리는 4% 이하에서 머물고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것이다. 때문에 국내 채권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채권형 펀드가 많다. 신흥국 채권의 평균 금리는 5~7%로 비교적 높다. 이 중 신흥국 국공채에 투자하는 펀드는 아시아와 중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등 여러 국가의 국채에 분산해 투자한다.

 최근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며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오래 지속할 가능성은 작다. 오히려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달러에 비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신흥국의 경제 체질이 크게 개선된 것이 주요한 이유다. 게다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 수준으로 매우 낮은 데다 장기간 저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저금리의 선진국 자금이 높은 금리를 찾아 경제 체질이 개선된 신흥국으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 정책을 통한 경제회복을 시도하는 것도 해외 채권형 펀드를 유망하게 보는 이유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환율 분쟁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만큼 유럽의 신용경색이 완화된다면 달러는 약세로 돌아설 것이고 신흥국 통화는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신흥국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인 현 시점에서 신흥국 국공채 펀드에 분할 매수 방식으로 투자하게 된다면 고금리에 환차익까지 얻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은 염두에 둬야 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흥국 국공채 펀드는 달러와 해당 국가 통화 사이에 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달러와 해당 국가 통화 간 환율 변동에 따라 펀드 기준 가격도 달라지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유로존 재정 위기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펀드에서 원·달러 헤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환차손의 일부를 상쇄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때는 투자금을 나누거나 적립식으로 투자해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좋다.

 경제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는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이 풀린 상태다. 이 자금들이 소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과 일본 국채 등에 쏠려 있지만 금리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07년 5%를 넘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 수준으로 하락했고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1%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국채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국가신용등급이 한국보다 훨씬 높았던 이탈리아도 최근 1년 동안 투자자들이 국채를 내다 팔면서 채권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선진국 채권이 안전하지 않다면 자금이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오인석 KB국민은행 WM사업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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