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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65> 세계 4대 컬렉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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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컬렉션(collection)’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특정 물건을 모으는 ‘수집’이 먼저 생각나나요. 하지만 패션에서 컬렉션은 의미가 다릅니다. 디자이너가 한두 계절 앞서 옷을 선보이는 패션쇼가 바로 컬렉션이죠. 그중에서도 파리·밀라노·뉴욕·런던 컬렉션은 세계 4대 패션행사로 꼽힙니다. 한 도시에서만 5~7일 동안 수십 개의 쇼가 열리다 보니 세계 각국의 패션 관계자들이 몰리죠. 세계 4대 컬렉션이 생겨난 배경과 특징을 알아봤습니다.

이도은 기자

고급 맞춤복 ‘오트 쿠튀르’ … 혹은 기성복 ‘프레타 포르테’

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내년 봄·여름 트렌드를 예고하는 컬렉션이 열렸다. 큰 사진은 파리에서 열린 샤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화려한 드레스가 등장했다.

패션계에서 컬렉션은 ‘디자이너 혹은 의류회사가 특정 시즌을 겨냥해 만든 패션 상품을 바이어와 기자에게 선보이는 신작 발표회’다. 앞으로 유행할 트렌드를 제시하는 게 주목적이지만, 부수적 효과도 크다. 실제 옷을 사고파는 ‘패션 상품의 장터’가 형성되고, 개최 도시는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패션 중심지’의 이미지를 얻는다.

컬렉션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디자이너의 창작품을 위주로 한 고급 맞춤복인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와 기성복 위주의 프레타 포르테(Pret-a-Porter)다. 현재 파리·밀라노·뉴욕·런던 등 세계 4대 컬렉션은 프레타 포르테 중심이며, 파리에서만 오트 쿠튀르 쇼가 함께 열린다.

시기도 일정하게 맞춘다. 가을·겨울 컬렉션은 1~3월, 봄·여름 컬렉션은 8~10월 사이에 개최된다. 대체로 남성복 컬렉션이 한 달 정도 먼저 열리고 여성복 컬렉션이 뒤따라 열린다. 여성복은 뉴욕-런던-밀라노-파리, 남성복은 밀라노-파리 순이다. 런던과 뉴욕은 남성복 쇼가 여성복 주간에 포함돼 있다. 이들 컬렉션은 대부분 초청장이 있어야 볼 수 있다. 바이어·기자·VIP·연예인이 주요 대상이다.

파리, 컬렉션의 효시

파리 컬렉션은 패션쇼의 효시다.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디자이너인 찰스 프레드릭 워스(Charles Frederic Worth)가 1857년 자신의 매장에 모델을 두고 패션쇼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다 1908년 오트 쿠튀르 조합이 생겨났고, 상류층을 상대로 옷·액세서리 등을 지정된 장소와 시간에 전시하는 컬렉션이 열렸다. 1920년대부터는 지금처럼 기자·바이어·VIP들을 초청했다.

1960년 전후는 파리 컬렉션이 정착하는 시기였다. 기성복의 등장으로 ‘패션의 혁명’이 일어나면서 패션의 경제적·사회적 기반도 달라졌다. 맞춤복은 점점 주도권을 잃어갔다. 대신 가방·향수 등의 라이선스 사업을 통해 수입을 내면서 이전보다 더 예술적 가치를 앞세우는 패션을 선보이게 됐다. 반면 기성복은 전문 디자이너들을 고용해 고급화와 함께 대량생산으로 대중성을 높여가며 패션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1957년 드디어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이 열렸다.

오늘날 파리 컬렉션은 이 두 부문을 함께 일컫는다. 주최는 파리의상조합연합이며 100여 개의 패션쇼가 루브르 박물관과 파리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프레타 포르테에 앞서 1~2월, 7~8월에 개최되고, 일부 오트 쿠튀르 브랜드는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도 참가한다. 대표적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샤넬(CHANEL),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지방시(Givenchy), 입생 로랑(Yves Saint Laurent) 등이 있으며, 프레타 포르테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장 폴 고티에(Jean-Paul GAULTIER),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 등이 꼽힌다. 파리 컬렉션은 우아함, 풍부한 감성, 전통적인 장인정신, 예술적인 표현, 화려함을 특징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밀라노, 고급 소재의 재봉기술이 바탕

밀라노 컬렉션에 참가한 페라가모는 남성적이지만 빨간색으로 여성미를 잃지 않는 바지 수트를, 뉴욕 컬렉션에서 마크제이콥스는 특유의 발랄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런던의 실험성을 대표하는 비비안웨스트우드는 이번에도 기괴한 듯 하면서 위트 있는 의상으로 관심을 모았다(왼쪽부터).



1969년 처음 열린 밀라노 컬렉션은 이탈리아 패션산업이 변하면서 탄생됐다. 60년대 중반까지 이탈리아 패션업체는 프랑스와 영국 패션업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기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고급 기성복이 점점 패션계의 중심이 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여성들은 점점 화려한 디자인보다 질 좋은 소재와 활동적인 옷을 원했다. 당시 봉제 노하우는 물론 피혁 수공예 기술, 세계 최고의 원단 시장을 가진 이탈리아에는 기회였다. 독자 브랜드의 개발이 가속화됐고, 섬유도시 밀라노가 급부상했다. 당시 “옷을 구경하려면 파리로 가고, 옷을 사려면 밀라노로 가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이탈리아 패션산업은 소규모 가족경영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대량생산보다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고급화를 목표로 삼았다. 고품질의 지역 특산 원단을 썼고, 소규모 가내 공장에서 장인들이 직접 만들었다. 이는 밀라노 컬렉션 발전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베르사체·프라다·아르마니·돌체&가바나·펜디·에트로 등 수많은 세계적 브랜드가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이들은 매 컬렉션마다 파리의 도시적인 멋과 뉴욕의 실용성을 겸비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이탈리아에서도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열리지만 밀라노가 아닌 로마에서 열린다. 그래서 밀라노 컬렉션인 ‘밀라노 콜레지오니(Milano Collezioni)’는 프레타 포르테만을 일컬으며, 국립패션조합이 주최한다. 컬렉션 기간 중 하루 10~13개 패션쇼가 진행되고, 80여 개의 브랜드들이 참가한다. 또 쇼는 하지 않지만 자체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브랜드만도 대략 350여 개에 이른다. 밀라노 컬렉션은 디자이너의 창의력 외에 홍보·세일즈·유통망 등을 내부적으로 까다롭게 심사하기로 유명하다.

뉴욕, 상품성과 유통망으로 승부

뉴욕 컬렉션은 1994년 시작됐다. 4대 컬렉션 중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이제는 가장 화려한 컬렉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섬유패션진흥회(New York Fashion Council)가 주최하는 행사에는 매회 10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하고 3만여 명의 바이어가 뉴욕을 찾는다.

파리가 맞춤복이 중심이라면 뉴욕은 패션과 상업성의 조화가 특징이다. ‘미니멀리즘’ ‘모던’ ‘실용주의’를 큰 특징으로 한다. 트렌드를 제시하는 측면보다는, 상품성과 대중적인 옷을 선보이는 것이 두드러진다. 특히 판매 위주의 유통망을 중시하고, 연예산업과 연계해 다른 어떤 컬렉션보다 스타들이 많이 등장한다. 또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입는 편안한 패션이 주를 이룬다. 대표 디자이너로는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랄프 로렌(Ralph Lauren), 도나 카란(Donna Karan) 등이 꼽힌다. 최근엔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필립 림(Phillip-Lim), 제이슨 우(Jason Wu)처럼 아시아계 신진 디자이너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뉴욕 컬렉션이 남다른 특징 중 하나는 대대적 스폰서 시스템이다. 뉴욕시와 손잡고 마케팅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실제 뉴욕의 디자이너 브랜드도 다른 도시 브랜드들에 비해 기업화·조직화된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실험성과 창의력 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경기 불황에 가장 타격이 큰 컬렉션이라는 단점도 함께 지니고 있다.

런던, 실험적 신진들의 등용문

1975년 처음 열린 런던 컬렉션은 영국패션협회가 진행한다. 영국패션협회는 자국 패션산업 진흥을 위한 총괄기관. 디자이너 선정과 스케줄 관리 등 모든 진행을 맡는다. 특히 컬렉션 참가 디자이너 심사를 엄격하고 까다롭게 하기로 유명하다. 심사를 위해 패션 전문가, 기자, 바이어, 협회 관계자로 별도 위원회를 구성한다. 런던 컬렉션은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으로 유명하다. 컬렉션에 신진들을 위한 무대를 많이 마련한다. 그래서 쇼는 60여 개뿐이지만 전시회는 200여 개에 이른다.

특히 신진 디자이너들의 보석·벨트·구두·가방 등 액세서리 전시가 유달리 많다. 쇼 의상 자체가 과감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것도 특징. 물론 다른 도시도 젊은 디자이너가 존재하지만 런던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기성 디자이너들도 다른 컬렉션에 비해 비상업적인 전위적 디자인과 독창적인 작품을 많이 선보인다. 대표적 디자이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폴 스미스(Paul Smith), 크리스토퍼 케인(Christopher Kane) 등이 있다.

이외에도 런던 컬렉션은 다양한 방법으로 신진 디자이너들을 지원해준다. 2006년부터 영국의상협회가 실시하는 ‘패션 포워드(Fashion Forward)’가 대표적이다. 재능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선정, 두 시즌 이상 컬렉션의 메인 패션쇼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자·바이어들 외에도 JP모건·골드먼삭스 등 스폰서를 대상으로 패션쇼 티켓을 팔기도 한다.

참고 자료

김수민 『SFAA, 서울 컬렉션의 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 동덕여대 공연예술 대학원, 2008 / 주보림 『고부가가치 패션 산업으로의 한국적 컬렉션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 2009 자료 제공 트렌드포스트·서울패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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