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나스닥·현대사태 해결 힘입어 급등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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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미 나스닥시장의 급반등과 현대그룹 사태의 원만한 해결 움직임에 힘입어 이틀 연속 급등세를 펼치며 약세국면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31일 종합주가지수는 개장 직후 단숨에 700선을 돌파한 뒤 온종일 초강세를 유지한 끝에 전날보다 40.62포인트(5.87%)오른 731.88로 마감됐다.

코스닥시장도 13.57포인트(10.39%)오른 144.15로 마감돼 10일 만에 140선을 회복했다.

◇ 급반등세 배경은〓미 나스닥시장이 지난 30일 첨단기술주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7.93%)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외국인들의 폭발적인 매수세가 장세를 견인했다. 다우지수도 이날 2.21% 올랐다.

외국인들은 이날 나스닥시장 폭등에 영향을 받아 삼성전자.현대전자.한국통신.SK텔레콤.한국전력 등 핵심 블루칩 중심으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투자심리 호전은 무엇보다 국내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 이달 들어 증시를 압박했던 일부 현대계열사의 자금난에 대한 불안감이 이날 자구책 발표로 수그러들었기 때문. 이에 따라 자금.외환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가파르게 치솟던 금리(3년만기 회사채)가 지난달 25일 이후 다시 10% 아래로 떨어진 상태에 머물고, 환율 급등세도 멈췄기 때문이다.

◇ 어느 수준까지 반등할까〓이틀동안 강한 매수세가 형성됐다고 해도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추세 자체가 상승국면으로 돌아섰다고 보지 않는다.

여러가지 악재가 모두 드러나 그동안 지수에 반영됐지만 투신권의 부실처리와 은행 합병이 골자인 2단계 금융 구조조정이나 수급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대문제에 대해서도 '잠복기' 에 들어갔을 뿐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적어도 남북 정상회담일(오는 12일)까지는 이 문제가 수면 아래에 잠겨있을 것이므로 당분간 지수가 크게 밀리지는 않겠지만 그 이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 대신경제연구소 정윤제 연구위원은 "12일 이후의 장세를 봐야 상승추세 지속 여부를 알 수 있다" 며 "거래소는 720~800 사이에서, 코스닥은 130~180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고 전망했다.

◇ 추격매수는 상투 가능성〓지수가 한달만에 20일 이동평균선(720)을 상향 돌파한 것은 일단 희소식이지만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올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이번처럼 급반등한 것은 모두 6차례에 이르는데 한가지 공통점은 급반등 뒤에는 반드시 급락장세가 따랐다는 점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상반기 중 10조원에 이르는 증자.공모물량이 쏟아져 나와 반등이 힘겹다는 것이다.

거래소 시장도 낙폭과대로 매물벽이 켜켜이 쌓여있어 기관들이 급반등할 때마다 매도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 손범규 연구원은 "반등할 때마다 현금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조언할 정도로 국내 증시는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

◇ 미국 증시 왜 오르나〓그동안 기술주들이 너무 떨어져 값이 싸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호재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주가조정이 마무리됐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가 때마침 나와 투자심리 회복에 한몫했다.

그러나 미국 증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섰느냐에 대한 예상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주가가 빠질 만큼 빠진 데다 미국경제가 저물가.고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낙관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각종 경제지표들이 경기과열 신호를 보내고 있어 이달 28일은 물론 8월에도 금리인상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30일 주가폭등은 '기술적 반등' 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2일 발표될 5월 고용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업률이 예상보다 낮고 임금이 많이 오른 것으로 발표된다면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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