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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까지 내다보고 진학·진로지도 충실한 고교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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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교육지원청(교육장 류창기)은 6일 백석대학교에서 학부모·학생·교사 1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천안 지역 고교 입시와 관련한 연수를 진행했다. 지난 11년간 운영해 온 고교공동입시창구를 올해 폐지함에 따라 각 학교에 원서를 내야 하는 중3 학생의 진학·진로를 돕기 위해 처음 마련한 자리다.

천안 두정고 권용병 교사가 중3 학생들의 학력수준에 맞는 현실적인 진로지도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고입 아닌 대입 겨냥한 선택”

연수의 핵심 내용은 올해 중3 학생의 경우 대입 때 중요한 고교 학생부 성적(내신)까지 고려해 지원 학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대입에 유리한 교과과정을 편성한 고교를 선택하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와 교사도 연수의 핵심 내용을 분명히 알고 자녀 또는 제자의 진학과 진로를 지도해야 한다.

 이날 강사로 나선 천안 두정고등학교 권용병 교사는 고입을 앞둔 중3 학생이 대입까지 내다보고 고교를 선택할 때 꼭 알아야 할 6가지를 역설했다. 권 교사는 고교 선택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으로 ▶학생 개개인의 대입 경쟁력을 키워주는 ‘맞춤식 지도’ 역량이 있는 학교인지▶학력 신장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어떤 게 있는지▶향후 대입 준비 때 대도시 고교 출신자와 경쟁 가능한 지원 전략을 짤 수 있는 학교인지를 제시했다. 또 ▶학생과 학부모는 고입 때 소신지원을 할 것▶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생이 합격 비결로 얘기하는 ‘긍정적 사고’를 가질 것▶성공적인 대입을 위한 고교 3년간의 체계적 자기관리를 제안했다.

 어느 학교가 대입제도 변화를 철저히 분석하고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가장 적합한 정보를 제공해주느냐가 고교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학생과 학부모는 고교별 수시·정시지도 능력과 진학 실적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권 교사는 “급속히 변하는 사회의 요구에 맞춰 대입제도도 달라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학생에게 필요한 것이 ‘맞춤식 진로지도’인데 어느 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수준을 감안해 합리적·효율적으로 진로지도를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해도 고교 진학 후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만큼 학력신장 프로그램 진행 수준이 높은 고교가 어디인지, 학교마다 특화된 프로그램 가운데 어떤 것이 대입 때 자신에게 유리할지도 미리 알아야 할 부분이다.

 학력수준에 맞는 현실적인 진로지도도 중요하다. 권 교사는 “천안은 동·서 지역 간에 학력 편차가 있고, 고교 3년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시간임을 감안할 때 자신의 학력수준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이는 고교뿐만 아니라 대학 선택에 있어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진로지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천안은 지역 간 학력 편차가 있고, 대입 교육 수준이 대도시에 못 미치고 있는데도 지역 학생 및 학부모의 기대치가 대도시 학생·학부모와 같다면 목표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권 교사는 “그렇다고 기대나 목표를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명문대 진학이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고교 진학을 앞둔 중3 학생 입장에서는 목표를 높게 잡는 것도 학습 측면에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생 상당수가 ‘긍정적 사고’를 바탕으로 입시 공부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볼 때 ‘긍정의 힘’은 고교생의 대학 진학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스스로의 노력과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따라줘야 성공적인 고교·대학 진학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내 자녀 고교 선택 이렇게 했다”

이날 연수에는 명문대에 자녀를 보낸 어머니가 강사로 나와 학부모들에게 고교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 딸을 입학시킨 김명애씨가 주인공이다. 김씨는 딸 최유민양이 중3 때 충남의 특목고와 명문사립고, 천안의 일반계고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최양은 내심 충남의 명문사립고 진학을 원했고 지원 자격도 갖췄다. 하지만 김씨는 딸의 대입까지 생각해 천안의 일반계고를 선택했다.

당시 수시모집 비중이 높아지는 입시제도를 보고 우수한 학생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여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재가 많은 특목고나 명문사립고는 학교 특성상 그만큼 내신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정시모집의 좁은 문을 바라보며 수능에 전념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최양에게 불리한 조건이 될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씨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최고의 교육환경과 선진화된 시스템에서 실력을 다지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식이 가고 싶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결정적 열쇠를 쥐어주지 못하는 학교라면 결코 좋은 선택의 진학이라 말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향 지원만이 좋은 결과를 낸다는 건 아니었으나 이후 그는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김씨는 “내 아이를 객관적 입장에서 올바르게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남이 좋다는 말만 믿고 따라 가기 쉽다.

무엇보다 내 아이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치게 깎아내릴 필요도 없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희망적으로 생각해 상향 지원하는 것은 위험한 결정이다. 고입 선택은 곧 대입의 시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안교육지원청은 그동안 극심한 눈치작전으로 부작용을 초래했던 고교공동입시창구가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 중3 담임교사의 진학지도를 바탕으로 학부모가 고교 홈페이지나 학교정보 공시알리미 검색, 고교생 학부모 의견 청취를 통해 객관적인 진학 정보를 수집해 줄 것을 당부했다.

 천안교육지원청은 이번 연수를 시작으로 교육청과 중학교에서 학부모 대상 연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2012학년도 고입 전형 대상 학생들의 학교 선택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중학교 교감과 지도교사가 참가하는 연수와 회의를 수시로 열어 입시정보를 공유해 나가기로 했다.

 천안교육지원청 남궁환 교수학습지원과장은 “물건을 한 번 잘못 사면 잠깐 불편하지만 진로를 잘못 선택하면 평생이 어렵다”며 “고교공동입시창구 폐지를 계기로 학부모는 자녀의 행복한 미래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자녀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해 달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13일 오후 3시 천안 시민문화여성회관 신부본관에서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진로교육 설명회를 연다.

 ▶문의=041-529-0561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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