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신 찍다 죽을 뻔한 이야기 2

중앙일보

입력

남자배우 L씨(ㄹ.ㅗ.ㅇ.ㅣ.ㄹ.ㅣ)의 증언

97년 여름이었죠.안성에 가면 김대건 신부 성지 부근에 예지촌 민속마을이라고 있어요.

출시는 '여자들의 오후일기'라고 됐지만, 그 작품이 원래 제목이 '애마부인의 딸'이었거든요.

한참 촬영을 하다가 대본에도 없는 내용이었는데 감독님이 말 위에 올라탄 상태에서 러브씬을 찍자는 거예요.황당했지만 '애마부인의 딸'이니까 어쩔 수 없이 찍었죠.

말을 데려와서 올라타려고 하니까 말안장이 1인용이었어요.여배우를 안장에 앉히고 저는 여배우를 바라보면서 뒤돌아 앉았는데 안장에 못 앉고 말 척추뼈 위에 걸터앉았죠.

현실로는 불가능하지만 힘들게 자세를 잡고 촬영을 했는데, 그 장소가 큰 길에서 겨우 20m 떨어져 있어서 지나가던 관광버스가 다 서서 구경을 하더라구요.

모두들 난리가 나서 지켜보는 가운데 무려 1시간을 넘게 촬영을 했어요.말 위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그 말이 몽고말이었는데 훈련이 다 된 게 아니었어요.게다가 수놈, 그것도 총각 말이었는데 위에 사람이 둘이나 올라타고, 아무리 연기라지만 1시간을 넘게 그짓을 했으니 성질이 날대로 났나봐요.

말이 짜증을 내면서 몸을 마구 흔들고 냅다 달리기 시작하는데, 위에 있던 여배우랑 저랑 떨어진 거에요.

제가 떨어지면서 여배우를 팔로 감싸 안았죠.거기까진 좋았는데, 떨어지면서 안장 틈사이에 제 엄지손가락이 껴버린 거예요.
한쪽 팔로는 여배우를 안고 한쪽 손은 안장에 매달려서 이제 죽는구나 하면서 10여 미터를 끌려갔어요.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땅에 끌려서 온몸에 찰과상을 입었어요.다행히 잔디밭이어서 그 정도였지 만약에 자갈밭이나 아스팔트였으면 생각만 해도....

참 약을 바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엉덩이 안쪽이 너무 쓰라린 거예요.땅에 끌리지도 않았는데....

알고 봤더니 촬영할 때는 몰랐었는데, 안장도 없이 말 위에서 너무 힘차게 흔들어서 엉덩이 안쪽 피부가 다 벗겨졌더라구요.아직도 그 흉터가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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