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매각 서둘러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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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엊그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론스타는 이 판결로 외환은행 대주주의 자격에 문제가 생겼다. 금융 관련 법령 위반으로 처벌을 받으면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론스타는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 51% 가운데 41%는 무조건 매각해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의 매각명령에 따라야 한다. 물론 론스타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한다면 대법원 판결 전까지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상고하지 않는다면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잃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매매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감독 당국은 서둘러 매각 명령을 내리고, 하나금융의 인수를 승인하면 된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걸림돌이 생겼다. 하나금융의 인수대금은 4조6888억원으로 주당 1만4250원이다. 계약을 체결하던 지난해 11월 주가 1만3000원에 1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문제는 요즘 외환은행 주가가 그 절반인 7000원대로 폭락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론스타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터다. 배당금 등을 통해 본전(2조1548억원)보다 훨씬 많은 3조원 가까이 이미 챙겨갔다. 지난 6월에 매각한 현대건설 매각 차익(1조여원)과 하이닉스 매각 차익 등 챙겨갈 게 아직도 많다. 이런 터에 현재 주가의 두 배에 달하는 돈을 준다면 납득할 국민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시민단체나 일부 국회의원들이 징벌적 강제매각명령을 주장하는 이유다. 강제매각명령을 내리되 일정 시간 내 주식시장에서 분산 매각하라는 식의 매각 방법과 절차를 아예 정해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론스타의 차익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론스타가 밉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은 곤란하다. 현행 법에 매각 방식과 절차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징벌적 매각명령은 위법이 될 소지가 대단히 높다. 이보다는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재협상을 해 매입가격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럴 명분도 있다.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상실했으니 최소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깎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금융 당국이 이번에도 질질 끌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당국은 다음달 이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강제매각처분을 결정할 것이라고들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한시라도 빨리 자격을 심사하고 강제매각명령을 내려줘야 한다. 그게 하나금융에 힘을 실어주는 방안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이 가격 재협상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 사실 론스타는 2006년에 처리했어야 할 문제였다. 국민은행이 사겠다고 나섰지만 금융 당국은 그 누구도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번에는 똑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속히 결정을 내려주는 게 은행산업은 물론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