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현대사태에 "시장안정" 카드 꺼내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토요일인 27일 서둘러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연 것은 현대그룹에 자구계획 마련을 위한 시간을 주되 정부도 더 이상 해줄 조치가 없다는 최후 통첩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장관회의 직후 정부가 강한 어조로 현대 사태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안정대책을 동시에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비과세 신상품을 허용, 투자신탁에 자금을 몰아주고 회사채 부분보증제 등으로 중견그룹의 회사채 발행 길을 터줘 현대사태로 금융시장이 동요하는 것을 사전에 막아 현대가 시장을 볼모로 버틸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특히 비과세 신상품은 7월부터 시행할 채권시가평가제를 위해 아껴둔 '비장의 카드' 였는데, 이 카드까지 던진 것은 이번엔 현대로부터 시장이 납득할 자구계획을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경영난에 책임이 있는 핵심 경영인들 역시 퇴진하라는 것이다.

또 현대건설이 26일 발표한 계열사 주식매각 정도의 자구계획으로는 부족한 만큼 알짜배기 계열사나 자산매각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의 영업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현대가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자금을 돌리기 어려운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그룹도 견디기 어렵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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